이란의 ‘축구영웅’ 알리 다에이(53·사진)의 아내와 딸을 태운 여객기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하다 갑자기 항로를 변경해 걸프만의 이란령 키시섬에 착륙했다. 이란 당국이 다에이의 반정부 시위 지지를 이유로 가족들의 출국을 강제로 중단시킨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AFP·블룸버그통신 등 서방 언론들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다에이 가족이 탄 테헤란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마한항공 여객기가 이란 당국의 항로 변경 조치로 키시섬에 착륙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다에이의 아내와 딸이 이미 출국 금지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국영 IRNA통신은 이들이 “이슬람 혁명에 반대하고 폭동을 부추기는 집단과 연결돼 소요를 조장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에이는 반관영 ISN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다면 경찰의 여권 조회에서 그런 내용이 나왔을 것”이라며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에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당국의 반정부시위 강제 진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정부의 감시를 받아왔다. 경찰에 여권을 압류당한 뒤 며칠 후 돌려받은 적이 있다. 테헤란 북부 패션 거리에서 운영해온 보석류 가게와 음식점이 강제 폐쇄되기도 했다. 당시 이란 당국은 “시장의 평화와 사업을 방해하려는 반혁명 집단과 사이버공간에서 협력했다”고 밝혔다.
다에이는 이란 축구대표팀에서 2007년 은퇴하기 전까지 A매치 109골을 넣은 전설적인 공격수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해 9월 기록을 깨기 전까지 10여년간 역대 A매치 개인 최대득점 세계기록이었다. 2008∼2009년에는 이란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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