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최근 2000만원대로 폭락한 가운데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후발 암호화폐) 일부에서 폭등 랠리가 발생하고 있다. 주로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김치 코인(국산 코인)’에서 이유 없는 폭등세가 나온다. 가격이 짧은 시간 안에 크게 오르고 내리는 탓에 특정 세력의 시세조종이 의심된다.
28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암호화폐 ‘리스크’는 10여분 만에 36.3% 급등했다. 이후 곧바로 하락하기 시작해 2시간여 만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기존 시세 근처로 복귀했다.
다른 암호화폐 스트라티스도 지난 27일 611원에서 이날 1215원으로 152.0% 폭등했다. 하이브(+71.9%) 스택스(+36.8%) 등도 비정상적인 폭등을 거친 뒤 다시 내림세다.
이들 알트코인의 공통점은 뚜렷한 호재나 수급 변화 없이 갑자기 가격 변동이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통상 알트코인이 ‘대장주’ 비트코인의 시세 등락 경향을 추종한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시세조종으로 보고 있다. 국내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고래’들이 특정 종목을 대거 매수하며 호가를 비정상적으로 올린 뒤 한 번에 물량을 털어 차익을 실현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타이밍은 짧으면 수분, 길어도 수 시간 내에 이뤄진다. 이를 보고 단타 매매에 뛰어든 개인들은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
이런 시세 급등락은 김치코인에서 더 잘 나타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와 해외 거래소에 모두 상장된 코인은 국내 가격이 글로벌 시세에서 장시간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김치코인은 물량 확보가 쉬워 시세 조종이 가능하다. 폭등 랠리에 휩쓸려 단타 매매에 참전하고 ‘물린’ 이들의 손실 복구는 쉽지 않다.
통상 한 차례 급등락을 거친 종목은 횡보세로 돌아서고 다른 종목으로 수급이 쏠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가 손실이 난 종목을 무조건 팔지 않고 버티기도 어렵다. 김치코인은 사업 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상장폐지되는 일이 빈번하다. 상폐된 종목은 법정화폐로 교환할 길이 없어 사실상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실제 업비트는 지난해 6월 20종목이 넘는 알트코인을 기습적으로 상폐해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훨씬 엄격한 코인 상장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다수 코인이 구조조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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