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논쟁적인 정책 이슈를 쏟아내고 있다. ‘음식점 총량제’와 ‘주4일 근무제’에 이어 ‘1인당 100만원 재난지원금’을 꺼냈다.
이 후보 측은 ‘정책 선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장동 의혹’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 후보는 31일 경기도 고양시 한 농구장에서 젊은 여성들과의 생활체육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국민 10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이) 1인당 100만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48만∼50만원 가까이 지급됐다”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만∼5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당의 후보로서 제안드리는 것”이라며 “시기와 금액, 방법은 당과 재정 당국이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6일 대선 예비후보 등록 후 음식점 총량제와 100만원 재난지원금 등 민감한 정책 이슈를 연이어 터뜨렸다. 이 후보 측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직전 다양한 정책 이슈를 제기해 ‘어젠다 선점’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 핵심 의원은 “대선이 이제 가짜뉴스와 네거티브·정쟁에서 벗어나 정책 경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이 후보와의 회동에서 강조했던 ‘정책 경쟁’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대장동 국면’ 탈출을 위한 카드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모든 정책 이슈에는 정무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의원도 “대장동 이슈를 덮기 위해 굵직한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진작부터 의원들 사이에 나오긴 했다”며 “이제는 대장동에서 국민의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논쟁적 이슈로 대장동이 희석되기만 해도 성공”이라며 “밑질 게 전혀 없는 전략”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공격적인 이슈 제기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과 청년과 자영업자 등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을 더 지원하는 것 중에서 무엇이 옳은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며 “음식점 총량제나 주4일제 등도 하나같이 뜨거운 이슈이기는 하지만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이라 자칫 ‘공허한 논쟁’이라는 비판이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슈 전환에 실패할 경우 이 후보의 급진적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논쟁적 이슈는 이목을 끌기에는 좋지만 과격하고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며 “선대위가 출범하면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보다 온건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당과 조율 없이 급진적 정책 이슈를 내놓으면서 당 지도부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지도부 인사는 “중도층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예상 밖의 강성 발언이 쏟아져 의외였다”며 “앞으로 최종 공약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당과 교통정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고양=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