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기훈(30)이 19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서 막을 내린 국제 성악 콩쿠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카디프 콩쿠르) 아리아 부문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했다.
1983년 시작돼 2년마다 열리는 카디프 콩쿠르는 피아노 반주로 가곡을 노래하는 ‘송 프라이즈’(Song Prize)와 오케스트라 반주로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하는 ‘메인 프라이즈’(Main Prize)의 두 부문에서 실력을 겨룬다.
김기훈은 이번 콩쿠르에서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나는 이 거리에서 제일가는 이발사’,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의 ‘저녁별의 노래’, 조르다노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의 ‘조국의 적’ 등의 아리아를 불러 대회의 핵심인 ‘메인 프라이즈’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김기훈은 부상으로 2만 파운드(약 3100만원)의 상금을 받고 2년마다 카디프에서 열리는 콩쿠르 입상자 갈라 콘서트에 초청된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콩쿠르는) 영감으로 가득 찬 여정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올해 ‘송 프라이즈’ 부문 우승은 지난 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소프라노 마사바네 체칠리아 랑와나샤에게 돌아갔다. 한국인으로는 바리톤 노대산과 베이스 박종민이 각각 1999년과 2015년 이 부문에서 우승했다.
웨일스 국립오페라와 BBC가 주최하는 카디프 콩쿠르는 1983년 제1회 대회 때 소프라노 카리타 마틸라를 시작으로 베이스바리톤 브린 터펠,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배출했다. 대회마다 정상의 성악가들이 심사위원을 맡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해는 웨일스 국립 오페라 총감독 아이단 랑을 비롯해 베이스 바리톤 닐 데이비스, 소프라노 로베르타 알렉산더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코로나19 탓에 올해는 12~19일 카디프의 세인트 데이비스홀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됐지만, 콩쿠르 전체 과정이 BBC TV와 라디오 등으로 중계됐다.
김기훈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뒤늦게 성악 공부를 시작했다. 연세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하노버 음대 석사를 마친 후 현재는 동 대학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 중이다. 김기훈은 국내외 유수의 성악 콩쿠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뤼벡마리팀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독일 명문 오페라극장인 하노버 슈타츠오퍼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세계 무대에 그의 이름이 뚜렷하게 각인된 것은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와 오페랄리아(도밍고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잇따라 준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다.
김기훈은 다음 달 8일 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 독창회를 연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프로방스 내 고향으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중 ‘신사 숙녀 여러분’, 바그너 ‘탄호이저’ 중 ‘오 나의 성스러운 저녁별이여’ 등 이탈리아와 독일의 오페라 아리아를 선보인다. 차이콥스키의 ‘돈 주앙의 세레나데’, 볼프의 ‘은둔’ 등 러시아 및 독일의 가곡과 함께 ‘그리운 마음’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등 한국 가곡도 노래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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