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추진해 온 수도권 신도시 입지 발표가 돌연 연기됐다. 정부가 신규택지 후보지로 점찍어둔 지역에서 투기 가능성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신도시 개발을 통한 공급 목표치의 절반 이상이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결국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인해 주택 공급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발목 잡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울산 선바위지구(1만5000가구)와 대전 상서지구(3000가구) 등 지방 신규 공공택지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이날 수도권 11만 가구 등을 포함해 14만9000가구의 공급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보였지만 발표된 물량은 1만8000가구에 그쳤고 수도권은 없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최근 5년간 토지거래 동향을 조사한 결과 몇몇 후보지는 특정 시점에 거래량이 2~4배 증가하고 외지인 거래가 전체 절반을 차지하는 등 투기 정황이 포착됐다”며 “개발계획 발표에 앞서 철저한 조사를 통한 위법성 투기행위 색출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2·4 대책에서 수도권 18만 가구, 지방 대도시 7만 가구 등 총 25만 가구를 신규택지 조성을 통해 공급하기로 하고 상반기 안에 세부 입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월 24일 경기도 광명·시흥 7만 가구와 부산 대저(1만8000가구), 광주 산정(1만3000가구)을 포함해 총 10만1000가구의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3월 초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고, 정부는 앞으로 발표할 신규택지에 대한 사전 투기조사까지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국토부나 LH 직원에 대한 토지 소유 조사에서는 상속(3건)과 20년 이상 장기보유 등 4건의 소유 사실이 확인됐지만 투기 의심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토지거래 분석 과정에서 일부 후보지에서 상반기 18% 수준이던 지분거래 비율이 하반기 87%까지 치솟는 등 투기 의심 정황이 포착되면서 계획이 꼬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찰 수사와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 투기 근절을 위한 후속 입법 조치가 갖춰지면 하반기 중 발표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주택 공급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신도시 조성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물량의 절반 이상 계획이 안갯속에 놓이면서 주택 공급 동력이 약해지는 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하더라도 토지 보상 등 문제로 공급계획이 일정대로 순조롭게 되지 않는데, 후보지 발표 일정부터 기약이 없어진 셈이다. 경찰의 투기 의혹 수사가 하반기 안에 마무리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공급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정부가 기존처럼 택지 몇 군데를 추가 발표하는 수준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이택현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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