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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긴급재정명령 요구, 국회 역할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둘러싼 여야의 입씨름이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 발동 요구로 비화했다. 간단히 말하면 긴급재난지원금이 얼마가 됐든, 국회 심의와 의결을 기다리지 말고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해 빠르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권한이다. 헌법 제76조1항은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먼저, 긴급재정명령은 위헌 소지가 있다. 지금 상황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때’라는 건 맞지만 ‘국회를 소집할 여유가 없을 때’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스스로 국회 예산심의권을 포기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긴급재정명령 발동 얘기는 지난 5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 위원장 입에서 처음 나왔다. 이틀 뒤인 7일 기다렸다는 듯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맞장구치면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한 데다 그 효과, 대상을 놓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 뜨거운 감자다. 각종 데이터를 놓고 꼼꼼히 따져도 부족할 판인데, 이를 대통령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권한 발동 요건이 위헌 소지가 있는데도 말이다. 총선을 앞두고 표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한다는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재난지원금 퍼주기 경쟁에 이어 정치권이 얼마나 깊이 포퓰리즘에 중독됐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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