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한 해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와 경찰관 등 11명이 숨졌다.
남성 용의자 2명 중 1명은 현장에서 사살됐으며 나머지 1명은 경찰에 붙잡혔지만 중상을 입었다.
호주에서 총기 난사로 10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지 매체는 이 해변에서 열린 유대인 행사를 겨냥한 표적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호주 매체 뉴스닷컴 등에 따르면 호주 경찰은 이날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시드니 동부에 있는 본다이 해변에서 여러 발이 총격이 가해졌단 신고를 접수했다.
본다이 해변은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특히 주말에는 수많은 서핑 애호가와 관광객이 몰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어린이와 경찰관 등 11명이 괴한들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경찰관 2명을 포함해 29명이 다쳤다.
경찰은 용의자 2명 중 1명을 사살했으며 다른 1명도 체포했다. 검거된 용의자는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초기엔 8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사망자가 잇따라 확인됐다.
목격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은 총격범 2명이 총을 쐈다고 전했다. 이들이 총격을 가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일부는 식당 등으로 대피했다.
NSW주 경찰은 성명을 통해 “경찰이 본다이 해변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은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SNS에 유포된 영상을 보면 여러 발의 총성과 함께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상황에서 관광객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용의자 1명이 차량 뒤에 있는 남성을 향해 발포하는 듯하다가 총격을 받고 바닥에 쓰러지는 장면과 울타리 뒤에 숨은 다른 총격범 모습도 촬영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오늘 우리는 다른 이들을 도우려고 위험 속으로 달려간 호주인들을 봤다”며 “이 호주인들은 영웅이고 그들의 용기가 (다른) 생명을 구했다”고 밝다.
경찰은 ‘보행자 다리 아래 폭탄이 설치됐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서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몇 개월 전부터 계획된 테러 공격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당시 이 해변에서는 유대인 행사가 열리고 있었는데, 뉴스닷컴은 이를 토대로 이번 사건이 유대인 행사를 겨냥한 표적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예루살렘에서 열린 행사에서 “‘하누카’ 첫 촛불을 켜려고 (호주에) 간 유대인들에게 사악한 테러리스트들이 매우 잔혹한 공격을 해 우리 형제자매들이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반유대주의 물결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반유대주의를 없애는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호주 당국에 촉구했다.
호주에선 총기 난사 사건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호주 정부는 1996년 태즈메이니아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35명이 숨지자 자동·반자동 총기 소유를 금지했다.
하지만 2014년에 5명이, 2018년에 7명이 각각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 용의자는 자신들의 가족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2년엔 퀸즐랜드주 브리즈번 서쪽 교외 지역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 2명 등 모두 3명이 숨졌고, 용의자 3명도 사살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