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프로스포츠가 ‘올 스톱’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중순 아시아에서 시작된 ‘스타디움 셧다운’은 이제 유럽 축구를 거쳐 한 달 만에 세계 최대 프로스포츠 시장을 가진 미국으로 확산됐다.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농구(NBA)·축구(MLS)·골프(PGA·LPGA)·아이스하키(NHL)가 중단됐고, 야구(MLB)의 개막이 연기됐다. 유례없는 주말의 적막이 찾아왔다.
선수들은 끊어진 흐름을 유지하는 동시에 감염 위험을 벗어날 자구책을 찾기 시작했다. 또 NBA 선수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유타 재즈의 센터 뤼디 고베르(28·프랑스)가 코로나19 관련 50만달러(약 6억원)를 기부하는 등 미국 야구와 농구 스타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경기장 노동자들을 위해 앞다퉈 기부에 나섰다. 유럽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소유 호텔을 코로나19 전용 병원으로 제공해 주목을 끌었다.
MLB닷컴은 15일(한국시간) “스프링캠프가 중단됐지만 텍사스 선수들은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훈련장에서 일주일을 더 잔류하기로 했다”며 선수단 내부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스프링캠프 잔류가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텍사스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소속팀이다. 추신수는 텍사스 지역매체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과 인터뷰에서 “언제 개막해도 시즌에 돌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지금의 기운을 잃지 않길 원한다”며 선수단의 하나된 의견에 한 표를 보탰다.
MLB 사무국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에 따른 국가 비상사태로 정규리그의 개막을 연기하고 스프링캠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각 구단 선수단의 훈련까지 금지되지 않았지만, 실전을 위한 경기장은 시범경기부터 폐쇄됐다.
2020시즌 MLB의 예정됐던 개막일은 오는 27일이었다. MLB는 4월 중순 개막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언제 막을 올릴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선수단은 세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거나, 스프링캠프지에 남거나, 팀의 연고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텍사스 선수단은 ‘훈련 연장’으로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로 했다. 뉴욕 양키스 선수단 역시 만장일치로 플로리다주 탬파 스프링캠프 잔류를 결정했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보라스는 15일(한국시간) 뉴욕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캠프지에 남을 것을 제안했다. 그는 “만약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왔다면 다른 생각이었겠지만,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면서 “외부로부터 분리된 캠프지가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야구보다 상대적으로 선수 간 접촉이 많은 축구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선수들의 감염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 출신인 프랑스 2부 리그 트루아 공격수 석현준의 경우 확진 판정을 받고 현재 격리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를 포함한 유럽 각국 리그는 지난 13일을 전후로 일제히 중단됐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손흥민(28·토트넘)은 16일 훈련장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리그 중단으로 실전에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호날두,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같은 슈퍼스타들은 각자의 저택과 별장에서 자체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호날두는 팀 동료 다니엘레 루가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고향인 포르투갈 마데이라섬의 초호화 별장에서 체류하고 있다.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옥상에 전용 수영장이 딸린 7층짜리 고급 빌라다.
호날두는 마데이라섬에 소유한 호텔 ‘CR7’을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선행도 베풀었다. 이 소식을 전한 유벤투스는 “호날두가 의료진 급여에 진료비까지 전액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개인 종목인 골프도 코로나19에서 자유롭지 않다. PGA 투어는 지난 13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를 끝낸 뒤에 일정을 중단했다. 투어는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까지 문을 닫는다. 재개 시점은 4월 18일로 예정돼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한 기약은 어렵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를 2위로 마쳐 3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김시우는 다소 굳은 얼굴로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갔다. PGA 투어는 이 대회 상금 총액의 절반인 750만 달러를 출전 선수 144명에게 5만2000달러(약 6300만원)씩 분할해 지급하기로 했다.
김철오 조효석 기자 kcopd@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