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해외 아티스트(단체)들의 내한공연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아티스트가 한국에서 공연한 이후 다른 나라에서 공연할 경우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격리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6일 보스턴 심포니의 첫 내한 공연이 무산된 것을 시작으로 3월 내한 클래식 공연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비엔나 바로크 오케스트라(4일·예술의전당), 로시니 오페라 콘체르탄테 ‘세비야의 이발사’(8일·롯데콘서트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14~15일·아트센터 인천), 루체른 스트링 페스티벌(17일·롯데콘서트홀), 엘리소 비르살라제 피아노 리사이틀(19일·금호아트홀) 등이 취소됐다. 또 국내 최대의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인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 27일~4월 5일 23개국에서 음악가 363명이 26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역시 취소됐다.
내한 클래식 공연 가운데 아직까지 취소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것은 22일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의 피아노 리사이틀 ‘격정과 환희’ 정도가 유일하다. 그리고 지난 2월 9일 부산에서 공연을 마치고 휴식기에 들어갔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도 오는 14일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예정대로 개막할 예정이다.

4~5월 공연들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LG아트센터에서는 대관공연인 4월 14일~5월 10일 블루맨그룹과 기획공연인 5월 22~23일 크리스탈 파이트 안무 ‘검찰관’이 예정대로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4월 7~8일 롯데콘서트홀의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무지카 에테르나의 내한 공연은 개최 여부가 다소 불투명하다. 내한 공연 주최사인 빈체로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에 오는 만큼 다른 나라의 상황들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4월 23일 스콧 브라더스 듀오의 오르간 공연과 5월 10~11일 영국 체임버 오케스트라 로열 노던 신포니아의 내한 공연은 사실상 취소되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다.

5월 LG아트센터의 기획공연인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3~15일)과 ‘안나 카레니나’(16~17일)도 취소됐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발레단 측의 우려로 취소 결정을 내렸다”며 “추후 개최를 위해 다른 날짜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에이프만 발레단은 한국 투어시 러시아 정부의 지침에 따라 2주간 격리 조치가 내려지기 때문에 향후 투어 일정에 영향을 받게 돼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는 6월 이후 공연들은 아직까진 차질 없다.
통상적으로 공연 취소에 따른 대관료와 항공료 숙박료 등의 비용은 주최 측 부담이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경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얼마간의 금전적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는 “공연장 안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판국에 공연은 열리지 않는 게 맞다”며 “경제는 다시 살릴 수 있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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