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미래한국당) 출현에 위기감을 느낀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과 관련한 진보 진영과의 선거연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수 진영에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통합에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면서 범보수 연합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주내 공식 입장을 정리하고 범진보 연대가 구축될 경우 총선 판도 또한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차원의 독자 창당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진보시민단체들의 선거연대 제안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대응을 검토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주권자전국회의는 민주당을 비롯해 정의당, 녹색당 등 진보진영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함께 내는 선거연합을 제안했다.
이들의 제안서를 전달받은 이해찬 대표가 공식 논의 테이블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제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와도 통한다”며 “미래한국당 등장으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들의 입성을 돕고, 원내 1당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연일 위성정당 문제로 씨름하는 배경에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제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나오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로 계산했을 때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비례 의석은 6~7석에 불과하지만, 미래한국당은 25석에 달하는 것으로 나온다. 반면 민주당이 진보연합정당을 만들 경우 15~17석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4+1’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했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즉각 반대 목소리를 내놨다. 심 대표는 “비례민주당이든 연합정당이든 모두 꼼수 정당”이라며 “이해찬 대표가 공식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손 전 대표도 “지역구 공천을 하지 않고 비례대표만 공천한다는 일부 정당은 헌법과 정당법 정신을 망각한 것”이라며 “법원에 정당등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연대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방안이다.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합한 ‘적녹(赤綠) 연정’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현실적인 방법론은 잘 안 떠오른다”며 “지도부가 현실적인 방안 등을 포함해 깊이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후보들을 보내는 방법이 될지, 연합창당까지 감행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다만 당 지도부는 정봉주 전 의원이 결성한 ‘열린민주당’은 당과 사전 교감이나 논의가 없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2일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21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들은 추가경정예산안도 2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했다.
김나래 신재희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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