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공연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한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이 빠른 국가의 경우 주요 극장이 문을 닫고 공연들이 취소되고 있다.
유럽에서 코로나19의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는 유수의 오페라극장들을 폐쇄 조치했다. 대표적 오페라극장인 밀라노 라 스칼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오는 3월 1일까지 예정됐던 모든 공연을 취소했다. 준비 중이던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와 로시니의 ‘이탈리아의 터키인’이 전면 중단됐다. 3월 4일까지 예정됐던 어린이 대상의 ‘라 체네렌톨라’ 공연도 열리지 않는다.
토리노의 테아트로 레지오, 베니스의 라 페니체 등 다른 오페라극장들도 3월 1일까지 문을 닫는다. 취소된 공연 일정은 추후 재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서 오히려 취소 공연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비상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6일 코로나19 정부대책회의에서 향후 2주간 대규모 문화·스포츠 이벤트의 중지 및 연기 또는 규모 축소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신국립극장 등 국립 극장들이 3월 15일까지 예정된 기획공연들을 취소했고,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이날부터 휴관에 들어갔다.
국립 예술기관 이외에 현립·시립 예술기관 역시 기획공연 및 전시를 취소했다. 실례로 오는 29일~3월 1일 요코하마시 가나가와현립음악당에서 예정됐던 헨델의 오페라 ‘실라’도 취소됐다. 이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22일 요코하마에 도착했던 한국 소프라노 임선혜는 공연 리허설을 하다 26일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일본의 민간 단체들 역시 정부 방침을 따라 공연을 취소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일본 최대 뮤지컬 단체인 극단 시키는 정부 방침에 응해 27일부터 3월 8일까지 전국 시키 극장의 모든 공연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홍콩아트페스티벌이 전면 취소되면서 아시아 투어가 예정됐던 주요 오케스트라 공연들이 자동적으로 ‘올 스톱’됐다. 올해로 48회째인 홍콩아트페스티벌은 지난 14일부터 한 달간 약 50회의 공연이 예정됐었다. 홍콩아트페스티벌과 연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홍콩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스위스 루체른 스트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의 내한공연이 연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더 큰 문제는 공연계 전반에 ‘동양인 포비아’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일부 음악학교들이 동양인 학생들의 수업을 금지하고 나섰다. 특히 로마의 산타 세실리아 음악원은 한국·중국·일본 학생들에 대한 수업을 중단해 교사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또 중국 출신 스타 피아니스트 유자 왕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직접 경험한 중국인 혐오 관련 소회를 24일 SNS에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밴쿠버 국제공항에 도착해 한 시간 넘게 구금을 당했다. 모욕감과 함께 깊은 분노를 느꼈다. 충격에 휩싸인 채로 그날 저녁 공연을 치러야했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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