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14)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8년 우리 집에 마지막으로 왔다. 원래 이름은 은성이다. ‘예순 살 넘은 아빠를 좋아해 줄까’하는 걱정은 뒤로하고 아들의 등을 한 대 때리며 “우리 아들”이라고 말하고 품에 안았다.
큰 아이를 가슴에 품으며 무조건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말은 했지만, 마음은 그러지를 못했다. 늘 “싫다”고 말하는 은성이에게 아내는 소리를 지르고 화도 냈다. 좋은 거는 뭐가 있냐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큰 소리를 낼 때 은성이가 웃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넌지시 물었다.
“은성아, 너는 엄마가 화가 나서 말하는데 웃고 싶냐. 그러면 엄마가 더 화가 날 것 같은데.” “아빠, 나는 엄마가 나한테 소리 지를 때가 좋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 그런 엄마가 있어서 진짜 좋은 거야.”
아내에게 이 말을 전하자 아내는 주저앉아 회개했다. 아내는 “이런 나도 엄마라고, 엄마가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은성이에게 너무 미안해”라며 한참 울었다. 우리 부부는 이번에도 은성이의 겉모습만 봤던 것이다.
은성이는 원래 쓰던 이름을 그대로 쓰겠다고 했다. 어느 날 주민등록등본을 보던 은성이는 열 명의 누나 형 동생들이 전부 한글 이름인데 본인만 한자인 걸 알게 됐다. 이때부터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가급적 한 글자 이름으로 쿨하게. 우리는 ‘하나’가 있으니 ‘영’은 어떠냐, ‘단’ ‘본’ ‘진’은 어떠냐 하며 여러 이름을 이야기했다. 결론은 은성이가 냈다.
“엄마, 아빠. 이건 어때. 윤, 김윤. 엄마 윤정희, 아빠 김상훈, 한 글자씩 해서 김윤이야.”
그렇게 윤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정말 우리 아들이 된 것 같아 좋았다. 사격 선수를 꿈꾸는 윤은 사랑이형과 함께 운동을 한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투덕투덕 장난치던 윤이가 연필로 꾹꾹 눌러 쓴 편지를 펼쳤다.
“엄마, 아빠. 내가 김윤이 되면서 그냥 편지 써보는 거야. 우리 집에 오고부터 입양이라는 말이 이렇게 좋은 말인 줄 처음 알았어. 그래서 난 우리 집에 입양 온 게 진짜 좋아. 처음에는 불편한 게 많았는데, 지금은 절대 불편한 게 없어.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더욱 느낌이 와. 누나들도 착하고 형들도 잘해주고 동생들도 귀여워. 엄마, 아빠가 가장 좋아. 엄마, 그냥 다 좋아. 아빠, 난 아빠가 정말 좋아. 그래서 난 우리 집이 좋아. 입양이 이렇게 좋은 거를 알았어. 내가 잘할게. 변하고 있으니까 기다려 줘. 엄마 아빠 고마워. 엄마 아빠의 멋지고 잘생긴 김윤이가. 2019/1/11/금.”
윤의 글을 보면서 주님께서 우리가 한 가족이 된 것을 기뻐하시고 지켜주고 계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녀는 부모의 능력이나 힘, 물질로 키울 수 없음을, 오직 주님의 말씀과 기도와 순종으로 양육됨을 알게 됐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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