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이념의 한 편에 서면 안돼… 화해의 복음적 대답 내놓아야”

Է:2020-02-0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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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담] 류영모 파주 한소망교회 목사

류영모 파주 한소망교회 목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한국교회는 내려갈 때 보이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내려갈 때 보았다고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한국교회 위기상황 앞에서 류영모(66) 파주 한소망교회 목사는 “내려갈 때 보이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번영복음 성공신학 물량주의를 버리고 공공신학과 공공복음, 아픈 시대 아픈 사람들을 살리는 교회가 되자고 강조하는 류 목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정진영 종교국장과 대담을 나눴다.

대담=정진영 국민일보 종교국장

-1990년 맨손 맨몸 맨땅의 ‘3맨’으로 한소망교회를 시작하셨다.

“30년 전에도 한국교회는 어렵다고 했다. 맨손 교회 개척은 물론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목사의 꿈은 교회 개척일 수밖에 없고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버지는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해병대원이었는데 적탄에 맞아 병상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나도 복음의 피를 한반도에 뿌리자는 생각으로 한국의 소망, 한민족의 소망이란 뜻의 한소망교회를 시작했다. 북녘이 코앞인 경기도 고양 능곡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일곱 번을 이사했다. 다행히 교회가 성장했는데 위기의 시대 한국교회를 더욱 섬기라는 사명으로 알고 있다.”

-사명을 말씀하셨는데, 예장통합 부총회장 선거에 출마하시나.

“가장 어려울 때 부족한 사람을 세우시려는 뜻이 있다고 본다. 밑바닥에서 올라왔으니 한국교회 희망의 메시지를 새로 만들고 싶다. 한국경제가 급성장을 이뤘고, 교회들도 급성장했다. 그 후유증이 만만찮다. 양극화로 인한 갈등과 사회로부터의 모진 비난과 비판 등이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새롭게 흔들 깃발이 없다.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부총회장 선거에 나가고 총회장이 되는 건 요즘 세상에 영광이 아니다. 욕을 먹고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인데 저는 하나님이 주시면 맡겠다고 했다. 5년 전 당시 서울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님께서 출마하셨을 때, 우리 교단에 이렇게 잘 준비된 분이 계시는데 좋은 자원을 잃으면 좋지 않다고 여겨 양보하고 부총회장 후보를 사퇴했다. 이번은 제게 허락하신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한국교회에 어떤 깃발이 필요한가.

“올라갈 때 보이지 않는 게 내려갈 때 보여야 한다. 다윗도 골리앗을 물맷돌로 눕히고 승승장구할 때는 보지 못했는데, 목숨이 위태로워 도망 다닐 때는 보게 된다. 빚지고 소외된 사람들, 교회는 결국 아픈 시대 아픈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 교회는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능력이 있다. 공적인 교회, 공적인 복음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공에 바람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 다시 튀어 오를 때 쓰일 바람을 넣고 싶다. 교회가 다시 급성장하는 시대가 오진 않겠지만, 시대를 살리는 교회로 발돋움할 수는 있다. 주일학교 예배당 전체를 채우는 시대가 아니라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잘 키워 세상을 바꾸는 그런 임무를 교회가 감당했으면 한다.”

-광화문 집회 등 교회가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광화문 장로님 손에는 태극기, 젊은 집사님 손에는 촛불, 이렇게 나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교회는 화해와 화목의 직분을 받은 공동체다. 갈등 공화국에서 교회가 갈등의 진원지가 돼선 안 된다. 우리는 더 높은 차원의 메시지를 품고 사는 사람들 아닌가.”

류 목사와 정진영 국민일보 종교국장이 악수하는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

-갈등을 조율할 교계 어른의 부재가 아쉽다고 한다.

“그런데 이젠 리더십이 달라졌다. 예전엔 몇몇 어른의 카리스마 지도력이 앞에서 이끌면 따라주고 믿어주고 했는데, 이제는 섬김의 리더십, 원탁의 리더십이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고 했는데, 한국교회도 이렇게 우물쭈물하다 변화된 세상 앞에 섰다. 리더십과 소통과 연합체계가 무너지면서 위기도 심화했다.

-4월 총선이어서 교회와 정치의 함수관계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기도를 열심히 하는 크리스천은 냉소주의로 다 싫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선이 없는 시대, 차선도 사라진 시대, 차차선도 힘들다. 그런데도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4월 총선이 끝나면 5월은 또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고 6월은 6·25전쟁 70주년이다. 4월 5월 6월 계속해서 진보 보수로 갈라져 싸울 이슈들이 몰려있다. 이럴 때 교회가 화해를 모색하고 길을 안내해야 한다. 교회는 이념의 한 편에 서선 안 된다. 이념이 신앙화되면 역시 위기이고, 복음보다 이념이 앞서면 역시 우상이 된다. 보수와 진보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교회가 복음적 대답을 내놓을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해 짐 심발라 목사를 초청했다. 오는 10월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를 초청해 열리는 2020 서울페스티벌 준비에도 관여하셨는데.

“2020 서울페스티벌 목회자 콘퍼런스도 달라진 리더십으로 돕고 싶다. 시니어의 역할은 멍석을 깔아주고 뒤에서 후원을 감당하는 것이다. 이전처럼 대형교회가 주도하는 게 아니고 중소형교회와 젊은이들, 선교단체들, 부목사님이나 신학생들이 나서서 행사를 치렀으면 좋겠다. 기존 체계 안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고 멍석이 돼줄 것이다. 복음 전파의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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