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서 이르면 내년 7월 공수처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해 검찰보다 수사·기소 우선권을 갖게 된다. 여권에선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두고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국무총리,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고위공직자의 직무상 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이 가운데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고 공소 유지도 한다. 불기소를 결정할 경우 대검찰청에, 공소권이 없는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넘기게 된다.
여태까지 고위공직자의 범죄 수사는 주로 검찰이 맡아 왔지만, 공수처가 신설되면 검찰과 경찰 등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공수처장이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도 있다. 중복 수사 등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검찰은 ‘독소조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가 검경을 사실상 통제하는 기구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과 청와대의 뜻에 따라 공수처가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업무 보고, 자료 제출 요구, 지시, 의견 제시, 협의 그 밖의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3조3항을 들며 독립성을 보장했다고 주장한다. 또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이날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의 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회신하도록 기한을 특정해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보완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찰이 내부 비리를 스스로 수사하는 ‘셀프 수사’는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또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 아닌지도 들여다볼 수도 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피의사실 공표 등도 포함된다. 공수처가 검찰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두 명 중 대통령이 한 명을 지명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외에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6인 이상이 찬성한 인물을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다. 야당은 공수처장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지만, 여당은 “야당이 절대적인 비토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수처장의 임기는 3년 단임으로, 공수처 차장, 공수처 검사 25명, 수사관 40명과 함께 활동하게 된다.
공수처 설치법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공포될 예정이다. 공수처 설치법에 ‘공포 뒤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게 돼 있는 만큼 이르면 내년 7월에는 공수처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준비 작업은 법무부가 하지만 별도의 준비위원회가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향후 6개월간 준비 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한국당 등 야당과 검찰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고, 본회의 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만큼 준비 과정 내내 잡음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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