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난 66년간 공고하게 유지된 한·미동맹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티븐 비건(사진)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한·미동맹을 리뉴얼(renewal·재생)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했다. 한·미동맹 리뉴얼 발언은 미국으로부터 안보·경제 원조를 받았던 한국이 이제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안보 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동아시아의 최전선으로 한국을 내몰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
특히 한·미동맹은 미국의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와 맞물려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비건 지명자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방문한 여야 3당 원내대표를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며 ‘한·미동맹 리뉴얼’이라는 표현을 썼다. 전날 비건 지명자는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무임승차(free ride)’라는 말을 쓰며 한국에 방위비 증액 압박을 가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지난 19일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부르며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제기했다.
한·미동맹은 6·25전쟁 이후인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 출발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대한 무력 공격에 공동 대응한다고 약속했으며 이 약속을 여러 차례 재확인했다. 이제 미국은 ‘미국 도움으로 성장한 한국’이라는 식의 주장을 내놓으며 최대한 협력을 끌어내려고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다. 아툴 케샵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의 원내대표단에게 “한국의 고속철도와 건강보험이 미국에는 없다”며 “다른 나라는 자국민을 위한 일을 하는 동안 미국은 국민이 세금을 내서 동맹의 안보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비건 지명자와의 면담 후 특파원들과 만나 “비건 지명자가 1950년 이후 ‘한·미동맹의 재생’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분담금 대폭 증액 등을 목적으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으로 한국 정부는 현재의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에서 한발 더 나아간 미국의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남중국해 섬을 군사기지화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항행의 자유’ 작전이나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에 참여하라는 압박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당장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항목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쓰이는 미 전력 이동과 관련한 비용을 신설하려고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24일 “한·미동맹 리뉴얼은 한반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도 한국이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 등에 참여하라는 것이며 당장 참여하기 어렵다면 비용을 분담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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