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임진왜란 때 일본이 탐냈던 것도 우리의 도예가, 도공들”이라면서 기술력 강화를 강조했다. 국내 최초로 정밀제어용 감속기 기술을 개발·생산한 ‘SBB테크’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배제한 뒤 관련 산업 현장을 처음 방문해 핵심 부품 국산화를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있는 정밀제어용 감속기 전문기업 SBB테크를 방문해 생산공정을 둘러보고 임직원 3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면서 국민들과 정부, 그리고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우리 부품·소재 기업, 특히 강소기업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정밀제어용 감속기를 개발한 SBB테크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스위스 시계산업, 영국과 독일의 산업혁명 등을 언급하면서 “기술력이 한 나라를 먹여 살린다. 그래서 동서고금 없이 모든 나라가 기술력 강화에 힘쓴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기술력”이라며 “개발도상국 시절 선진국 제품들 조립에만 머물지 않고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또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키워내면서 신생 독립국 가운데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SBB테크는 반도체·LCD 장비, 로봇 등 정밀제어에 필요한 감속기와 베어링을 생산하는 업체로,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던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만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 기술개발 성공 이후 실증 테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소규모 시제품만 판매하고 있다. 감속기 핵심 부품인 베어링은 일본 전략물자에 해당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영향을 받는다.
문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SBB테크처럼 순수 국내 기술로 4차 산업혁명을 추구하는 강소기업, 또 기술력이 강한 중소기업이 많이 있다”며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국내에서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우리 제품으로 대체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부품·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기업들에 당장 어려움이 되고 있지만 길게 보고 우리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기회로 삼아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열처리강을 감속기로 만드는 공정을 둘러보고, SBB테크 관계자로부터 생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 임직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기술개발 노력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먼저 방문한 것은 일본의 무역 보복에 맞서 대기업 중심으로만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육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도 수요처인 대기업 쪽에 납품되고 공급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동행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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