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그 11위로 강등 직전까지 내몰렸던 FC 서울이 반 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규 라운드 반환점을 통과한 이번 시즌 서울은 선두 다툼의 최전선에 서 있다. 4월 28일 전북 현대전 이후 약 두 달 여간 서울은 패배를 잊은 무패(無敗)의 팀이 됐다.
서울은 22일 열린 대구 FC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서울의 ‘대팍(DGB 대구은행파크)’ 원정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난달 서울과의 대결에서 패했던 대구는 홈팬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앙갚음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은 13개의 유효 슈팅 대부분을 막아낸 골키퍼 유상훈의 활약과 결정적인 ‘두 방’으로 대구를 이겨냈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 전 마지막 리그 8경기에서 1승 3무 4패에 그쳤던 서울은 최근 8경기에서 6승 2무로 단 한차례도 지지 않았다. 주도권을 내준 채 무기력하게 무너지던 모습에서 탈피해 어떻게든 꾸역꾸역 승점을 따내는 팀으로 변했다. 서울은 점유율에서 5대 5로 비등하거나 4대 6으로 밀리고도 연달아 승리를 거두고 있다.
두껍지 못한 팀 스쿼드를 고려한 최용수 감독의 ‘실리 축구’가 적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단한 스리백을 중심으로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도 기회가 생기면 빠르고 역동적으로 공격한다. 대구전에서도 세징야를 내세운 상대의 역습을 잘 차단하며 언뜻 나온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23일 “서울이 전북이나 울산 현대처럼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경기를 지배하기는 어렵다”며 “최 감독이 수비에 중심을 두고 경기를 운영하며 결과를 잘 챙겨가고 있다”라고 평했다.
페시치와 알리바예프, 오스마르 외인 3인방도 반등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서울은 아디와 몰리나, 데얀 등을 배출하며 외국인 선수를 잘 활용해온 팀이지만 지난 시즌에는 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실패를 겪은 서울은 꼼꼼하게 새 얼굴을 찾았다. 그 결과 새로 발굴한 페시치는 9골로 리그 득점 1위에 올라 있고, 미드필더인 오스마르와 알리바예프는 각기 4골, 2골로 공수에서 제 몫을 다한다. 김 해설위원은 “지난 시즌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외국인 선수”라며 “특히 페시치가 K리그에 완벽히 적응한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이 계속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수층이 얕은 만큼 여름철 부상과 피로 누적을 조심해야 한다. 7월 말~8월 초에는 상위권인 전북과 울산, 대구와의 만만치 않은 3연전도 예정돼 있다. 최 감독이 “우리는 도전자 입장”이라며 자만을 경계하는 이유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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