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내밀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부 동반 만찬을 하고 골프를 치는 등 미·일 ‘밀월’ 관계를 과시한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을 지키는 데 50억 달러를 쓰고 있는데도 한국은 고작 5억 달러만 부담한다는 잘못된 주장을 다시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대선 유세에서 “미국은 독박을 쓰면서 세계를 지키고 있다. 미국은 방위비를 낼 여력이 있는 부유한 나라들도 지키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은 거의 습관처럼 미국의 군사적 원조를 공짜로 누리려고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누구도 당혹스럽게 만들게 하고 싶지 않으니 어느 나라인지 말은 않겠다”며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는 데 매년 5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상 한국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이 한국을 지키는 데 ‘50억 달러’를 쓰고 있다는 주장을 이미 내놓은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각료회의에서 “미국은 한국을 지키는 데 매년 50억 달러를 쓰지만 한국은 5억 달러쯤 내왔다”며 “내가 전화 몇 통으로 한국이 5억 달러 더 내게 했다”고 말했었다. 한국 정부와 한·미 언론은 당시 이를 과장된 수치라고 반박했지만 이날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내가 그 나라에 전화를 걸어 ‘미국이 45억 달러나 낼 수 없다. 이런 짓을 더는 할 수 없다’고 말했더니 그쪽 사람이 매우 당황하고 화를 냈다”면서 “그가 ‘이건 공평하지 않다’고 말해 나는 ‘당연히 공평하다’고 응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예산이 이미 결정됐으니 5억 달러밖에 더 못 주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나는 ‘알겠다. 이해한다. 내년에는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박2일 동안 아베 총리와 골프 회동과 부부 동반 만찬으로 친밀함을 과시했다. 골프광인 두 정상은 27일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라운딩을 즐겼다. 두 사람이 함께 골프를 친 것은 네 번째다.
26일엔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아베 총리 부부가 1시간45분 동안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49세 생일 축하를 겸하는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 부부만큼 내가 (멜라니아 생일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두 정상은 경제 이슈에 대해선 찰떡궁합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절친’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공장에 투자를 결정한 것을 거론하면서 “그 방향으로 더 많은 움직임을 보기를 원한다”고 아베 총리에게 말했다. 일본 업체들이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조성은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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