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안희정 무죄가 미투 운동 부정이 되어선 안 돼

전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강제추행, 상습적 강제추행 등 안 지사에게 제기된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핵심 쟁점이었던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여부에 대해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도지사로서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도 개별 공소사실을 두고는 “피해자 심리상태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적어도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은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가 피해자 김지은씨를 5차례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적자유가 침해됐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목격자가 없는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폭력 및 성추행 사건의 혐의를 확정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사건은 재판부도 지적했듯이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뿐이라는 점에서 판결의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이다.

여성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적 판단은 증거에 근거해야 하며, 혐의를 확정하기 애매한 상황에서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이런 점에서 판결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4월 대법원이 공표한 성범죄 관련 소송의 판단기준을 재판부가 충실히 이행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성인지(性認知) 감수성’ 차원에서 사건을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성인지 감수성은 오랜 고정관념이나 남성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올바른 성 관념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재판 과정에서 특수 관계인 안 전 지사의 부인이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피해자 진술의 증거 능력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더라도 판결 결과를 ‘미투’ 운동에 대한 유불리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여성계도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피해자의 진술과 증거를 보강해 상위 법원에서 다시 다투어야 한다. 이번 판결이 미투 운동을 부정하고 흠집 내는 소재로 악용돼서도 안 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