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앞… 주춤하는 김부겸, 힘 실리는 이해찬

다음 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해찬 의원 등 당대표 ‘빅 2 후보’의 당권 도전 여부를 두고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1위를 하며 주목받았던 김 장관은 주춤하는 모습인 반면 이 의원에 대한 ‘등판론’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김 장관은 당초 당대표 출마 의사가 있었지만 내각에 속해 있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았다. 그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하명이 있으면 출마하겠다는 식으로 비쳤으니 저의 큰 실수이고 결과적으로 임명권자에게 부담을 드린 점 역시 큰 잘못”이라며 “개각이 있을 때까지 오직 장관으로서의 직분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 측은 3일 “페이스북에 밝힌 내용이 최종 입장”이라고 전했다.

당내에선 김 장관의 출마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의 사표를 받으면 출마를 지지하는 모양새가 되는데 대통령이 누구를 밀어줄 스타일이 아니다”며 “차기 대선주자인 김 장관이 전대에 나오면 경쟁 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도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장관은 민주당의 험지인 대구에서 당선된 이력 등 경쟁력은 있지만 ‘원조 친문(친문재인)’은 아니어서 친문계의 지지 없이는 당선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많다. 다만 개각으로 ‘자유의 몸’이 돼 전대에 출마한다면 폭발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 의원은 본인 스스로 출마 의지를 밝힌 적은 없다. 이 의원 측은 이날도 당대표 도전 여부에 대해 “아직 고심 중이고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출마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최고위원 출마를 고려 중인 안민석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워낙 당의 어른이고, 친노·친문의 최고 좌장이라 이분이 출마하면 아마 절반 이상이 (출마를) 접거나 거취를 새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출마 요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원조 친노인 데다 대선주자가 아닌 관리형 당대표라는 점 등이 작용하고 있다. 이 의원과 또 다른 당대표 후보인 친문계 전해철 의원이 사생결단식으로 경쟁하기에는 노무현정부에 함께 뿌리를 둔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어 결국 한쪽이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친문계인 박범계 의원은 4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86그룹(19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과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계열 내에서도 후보 간 연합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인영 송영길 설훈 의원 등이 당권을 노리고 있는데 이 의원은 최근 설 의원에게 단일화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의원과 설 의원 모두 출마 의지가 강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친문·비문(비문재인) 구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다 최근 친문 의원 20여명이 비공개 그룹인 ‘부엉이’라는 모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대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세 과시’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제세 전대준비위원장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문 대통령 지지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당원 모두가 지금 친문 아닌가. 그래서 그 친문 안에서도 또 나름대로 세를 모으고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며 “공정 경쟁으로 가야지 그런 계파를 모아 대표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김판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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