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 입대한다고… 보험료 올려받은 손보사

10개사 ‘위험한 직업’ 이유
4년간 1987명 보험료 인상
年 3457만원 더 받아
병역의무인데 지나친 해석
금감원 “직업 변동 아니다”
내년부터 새 기준 적용키로

국내 손해보험사 10곳이 약 4년간 일반 군 입대자 1987명의 보험료를 인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입자가 ‘위험한 직업’을 갖게 됐다는 게 이유다. 군 입대가 국민의 의무인 현실과 동떨어진다.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병역의무를 이행할 때 보험료가 오르지 않도록 직업위험 등급 기준을 개선할 방침이다.

29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병역의무 이행 통지로 인한 보험료 인상 현황’을 보면 2014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10개 손보사는 1987명의 상해사망·후유장해 보험료를 올렸다. 보험 가입자가 군에 입대한다고 보험사에 알렸을 때 보험료가 인상된 경우다.

해당 보험사들은 군인의 직업위험 등급을 2등급으로 설정하고 있다. 가장 안전한 1등급인 대학생이 군에 가면 보험료가 오르는 것이다. 만약 만 20세 남성이 상해사망·후유장해 때 5000만원까지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했다면 1등급은 평균 연 보험료가 2만800원이다. 2등급은 3만8200원으로 뛴다. 보험료가 오른 군 입대자 1987명은 연간 3457만원을 보험사에 추가로 낸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료 인상 건수는 메리츠화재(736건)가 가장 많았다. KB손해보험(496건), 현대해상(268건), 흥국화재(248건), 한화손해보험(107건), 동부화재(75건) 등이 뒤를 이었다. 모든 손보사가 보험료를 올리지는 않았다. 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등은 군 입대에 따른 인상 사례가 없었다. 해당 보험사들은 병역의무에는 보험료를 조정하지 않는다는 내부 기준이 있다.

보험사들의 군 입대자 보험료 인상은 근거가 희박하다. 금감원은 ‘직업군인이 아닌 일반 군 입대는 직업·직무 변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한다. 고객이 보험사에 알릴 의무가 없고, 당연히 계약 재조정도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군 입대 후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깎아 지급한 사례들도 있었다. 이는 군에 간다고 미리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경우다. 최종적으로는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거쳐 보험금을 제대로 받게 됐지만 개별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구제를 받는 실정이다. 김해영 의원은 “군에 입대한 많은 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보험료 인상 여부도 보험사마다 제각각”이라며 “병역의무 수행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연내 개선하고, 내년부터 새 직업위험 등급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원리를 떠나 한국의 특수성에 맞지 않는 관행”이라며 “군 입대 시 위험 등급 조정이 불가능하도록 명시해 보험료가 오르거나 보험금이 깎이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기준은 현재 군에 있는 가입자에게도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이미 낸 보험료가 환급될지는 불투명하다. 법규 위반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보험사와 환급 여부를 협의할 예정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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