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회 조건은 ‘흔들기 그만’… 文의 결단 임박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재신임 투표 철회 가능성까지 시사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당내 철회 요구 목소리가 점차 커져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를 그대로 진행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당내 중진들이 20일 마련하겠다고 한 당무위원·국회의원 합동총회의 결과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재신임 철회 시사 배경과 조건=문 대표 측은 재신임 투표 철회 가능성 시사와 관련해 “중진 의원들의 중재안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승용 전병헌 오영식 최고위원 등 지도부 다수가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문 대표와 오찬을 갖고 “혁신안이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 것은 문 대표의 재신임과 진배없다”며 투표 철회를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신임 투표가 당내 분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문 대표의 생각은 여전히 확고하다. 문 대표가 혁신위의 기자회견 이후 브리핑을 자청해 “혁신안 통과가 재신임 번복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혁신위 주장을 사실상 반박한 것은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가 재신임을 철회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측근들의 주장이다. 당 비주류 의원들이 ‘대표 흔들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정도가 아니면 힘들다는 얘기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비주류 측이 만장일치로 문 대표와 현 지도부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합의하지 않으면 재신임 투표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상 ‘비주류의 백기투항’을 요청하는 셈이다. 한 당직자는 “대표가 직을 던지는 ‘살신(殺身)’을 하고 나서는데 비주류가 살신은 못 하더라도 ‘성인(成仁)’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재신임 정국’의 분수령, 합동총회=재신임 투표 강행 여부는 이제 합동총회 내용에 달렸다.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 중진들은 합동총회를 성사시켜 당내 설득과 통합을 위한 노력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파열음이 들린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신임 문제는 당 역사의 비극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반대한다. 강행하겠다면 저를 밟고 가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합동총회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우리는 그 행사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나가서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또 “총선 승리를 위한 길로 가면 협조하고 지지하는 것이고 그러지 않으면 비판하는 것”이라며 “조용히 하라고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문 대표 체제로는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 한다고 본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 측은 “중앙위원회도 불참한 상황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을 인정하는 총회에 참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한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종걸 원내대표가 ‘합동총회를 해서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의원들의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했다”며 “사실상 중진들의 합동총회 제안을 뒤집고 흔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 측은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불참을 강행할 수도 있어 참석 여부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지 총회를 열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었다”며 “의원들이 총회에 불참하는 것은 중진이나 문 대표가 원하는 바가 아닐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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