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컨슈머리포트-유통 ‘즉석밥’ 4종 품질평가] “그래 이 맛”… CJ햇반, 윤기·찰기·맛 ‘3관왕’

식생활 패턴의 변화와 다이어트 등으로 쌀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즉석밥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즉석밥 시장 규모는 1810억원으로 전년(1676억원)보다 8.0% 성장했다. 올해는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즉석밥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 당시만 해도 즉석밥은 나들이 갔을 때나 비상식량 정도로 인식됐다.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어난 요즘은 주방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이용자가 늘면서 즉석밥은 흰쌀밥 위주에서 잡곡밥과 비빕밥, 건강 즉석밥 등으로 다양해졌다. 흰쌀밥도 여러가지 용량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브랜드마다 원료인 쌀과 도정방법, 밥 짓는 방법 등이 조금씩 달라 밥맛도 제각각이다. 이번 국민 컨슈머리포트에선 즉석밥의 밥맛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상위 3개 브랜드와 PB 브랜드 비교=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4년 누계 기준 시장 점유율 1위는 국내에 즉석밥을 처음 선보인 CJ 제일제당이다. 점유율이 무려 65.2%로 압도적이다. 이어 오뚜기(24.2%), 농심(5.9%), 동원(3.1%) 순이었다.

평가대상은 흰쌀밥으로 하기로 했다. 잡곡밥은 브랜드마다 잡곡의 종류가 제각각이어서 직접 비교가 어려웠고, 즉석밥의 기본은 역시 흰쌀밥이기 때문이다. 동원은 최근 흰쌀밥을 출시하지 않고 있어 제외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오뚜기의 ‘맛있는 오뚜기밥’, 농심의 ‘햅쌀밥’과 대형마트 PB 즉석밥으로는 처음 나온 이마트의 ‘왕후의 밥’(2007년 출시)을 특급호텔 셰프들이 평가했다.

◇윤기 등 4개 항목을 상대평가=지난 1일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웨스틴조선호텔 뷔페식당 ‘아리아’의 각 스테이션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주방장 정용석 셰프, 일식 스테이션 장대위 셰프, 누들 스테이션 이성철 셰프 , 중식 스테이션 나채환 셰프, 그릴 스테이션 강태구 셰프는 잠시 앞치마를 풀고 볼펜을 잡았다. 세프들도 여러 가지 즉석밥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비교하는 작업은 처음이었다.

색과 윤기, 냄새(향), 입 안에서의 감촉, 차진 정도, 씹히는 맛을 평가한 뒤 이를 바탕으로 종합평가를 했다. 이후 가격을 공개한 뒤 2차 종합평가를 했다. 4개 제품이 모두 국산 쌀로 재료나 원산지와 관련된 평가는 변별력이 없어 생략하기로 했다. 모든 평가는 제일 좋은 제품에 4점, 상대적으로 제일 떨어지는 제품에 1점을 주는 상대평가를 택했다.

즉석밥 제조는 윤만복 사원이 맡았다. 2대의 전자레인지에 즉석밥 2개씩을 넣고 각각 3분씩 돌렸다. 포스트잇으로 ①∼④번 표시를 한 4개의 공기에 각각 나눠 담아 평가자들의 테이블로 가져갔다.

평가자들은 공기에 담긴 밥을 퍼서 개인접시에 담으면서 눈으로는 윤기를, 코로는 향을 비교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밥맛을 보기 시작했다. 셰프들은 밥 한 숟가락, 물 한 모금을 번갈아 가며 먹으며 채점을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정확했다=즉석밥의 가격(이마트 1일 기준)은 오뚜기밥이 1350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햇반 1327원, 햅쌀밥 1267원 순이었다. 브랜드 즉석밥의 최고가는 최저가보다 고작 7% 비쌌다. 하지만 PB제품인 왕후의 밥은 725원으로 브랜드 제품의 절반 수준이었다.

대체로 햇반, 오뚜기밥, 햅쌀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평이었다. 다만 점수화한 결과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햇반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햇반은 입안에서의 감촉을 제외한 전항목과 종합평가, 가격 공개 후 2차 종합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 셰프는 “쌀에 배아가 조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도정에도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고 호평했다.

오뚜기밥은 색과 윤기 항목에서 햇반과 동률 1위를 기록했다. 1, 2차 총평가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가격은 제일 비쌌지만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선지 큰 영향이 없었다.

햅쌀밥은 향에선 햇반과 함께 1위에 올랐지만 1차 종합평가에선 3위, 2차 종합평가에서는 PB 상품과 함께 동률 꼴찌를 했다. 나 셰프는 “③(햅쌀밥)번 밥은 너무 뭉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왕후의 밥은 윤기와 씹히는 맛에서 1.6점으로 이번 평가에서 최저점을 기록했다. 강 셰프는 “②(왕후의 밥)번 밥은 밥알이 부스러지고 윤기나 외형 등 품질이 떨어진다”고 평했다. 이 셰프는 “묵은 쌀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품질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이 장점으로 작용해 최종평가에선 햅쌀밥과 동점을 이뤘다. 가격 공개 후 나 셰프는 “가격이 절반 수준이라면 선택할 만하다”며 최고점을 주었다. 장 셰프는 “②번 밥은 진밥 느낌이 나서 어르신들이 좋아하겠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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