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전 장관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출간

우리 시대 대표적인 지성으로 불리는 이어령(사진) 전 문화부 장관이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포이에마)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지난해 양화진문화원에서 ‘소설로 찾는 영성순례’란 제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보완해 펴낸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 릴케의 ‘말테의 수기’, 앙드레 지드의 ‘탕자, 돌아오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등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는 소설 5편을 저자의 안내로 읽을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영성의 세계, 신앙의 세계, 하나님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 전 장관은 서문에서 “문학평론가로서 다섯 소설을 분석함으로써 목사님이 전하거나 크리스천들이 기도로 얻는 영성체험 같은 것을 누구나 다 읽는 소설 속에서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 소설에서 엿볼 수 있는 영성의 깊이는 무엇인가. ‘카라마조프 형제들’에선 피상적인 세계의 극복과 구원을 이야기한다. ‘말테의 수기’에서는 생명과 죽음이 쌍둥이처럼 자라고 있는 도시인의 불안한 영혼을 투시해본다. ‘탕자, 돌아오다’ ‘레미제라블’ ‘파이 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사랑에 관한 풍성한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낙심하여 뒤로 물러나지 않을 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빛과 한 줄기 바람, 공기, 그것을 우리는 영성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영성이라는 것은 밝고 큰 빛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한 줄기 작은 빛으로 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그러한 영성이 있기 때문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출구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78쪽)

지루하고 딱딱할 것 같은 명작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소설 속에서 이 전 장관의 창조적인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깊은 영성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말이다. 저자가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책이 부드럽게 읽히는 것도 특징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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