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소멸이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농촌과 중소도시는 인구가 줄고, 청년은 떠나며, 지역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붙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책 수단 중 하나가 바로 ‘고향사랑기부제’다. 이 제도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이나, 관계가 깊은 지역 또는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 기부하고, 기부자에게는 그만큼 세금 감면(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제도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히 ‘돈을 모으는 장치’에 머문다면, 지역을 살리는 힘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 바로 이런 시점에 나온 책이 ‘지역을 살리는 아름다운 선택 -고향납세와 고향사랑기부 비교 분석(이찬우·문진수 공저)’다. 저자들은 일본의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税)와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를 나란히 놓고, 제도의 구조와 성과, 그리고 한계까지 차분히 짚어낸다.
제도의 거울, 일본 사례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는 시행 15년 만에 년간 1조 엔(약 90조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아냈다. 그러나 동시에 수도권 쏠림, 과열 경쟁, 답례품 중심의 소비화라는 부작용도 겪었다. 책은 이런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한국이 걸어갈 길에 경고등을 켜준다.
한국 제도의 현실과 과제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시행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성과는 분명 존재하지만,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책은 ‘얼마나 많이 모았는가’보다 ‘어떻게 쓰였는가’를 묻는다. 기부가 주민 삶을 바꾸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쓰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도를 넘어선 상상력
저자들의 시선은 단순히 제도 설명에 머물지 않는다. 지역 펀드, 사회적 투자, 금융 플랫폼 등 기부를 넘어 돈의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상상력을 제시한다. 이것은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한 재정 보완책을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의 선택을 통해 힘을 얻는 제도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이 제도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자문하게 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행정의 기술이 아니라 시민의 선택에서 힘을 얻는다. 내가 사는 곳, 혹은 마음속의 고향을 위해 10만 원을 내는 행위는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지역을 살리는 정치·사회적 선언이다.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정책 담당자에게는 지침서이고, 지자체에는 전략서이며, 시민에게는 참여의 안내서가 될 만하다. 제도를 둘러싼 오해와 과장, 막연한 기대를 걷어내고,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제도의 진짜 목적을 일깨운다.
나는 이 책이 단순한 정책 해설서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시의적절한 제안서라고 생각한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진정한 제도로 뿌리내리려면, 더 많은 논의와 실험, 그리고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지역을 살리는 아름다운 선택’은 그 과정에서 길잡이가 될 책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 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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