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자가 작업을 마치고 떠난 건설 현장에서 로봇이 스스로 분진을 제거하며 청소한다. 터널 발파 지역 같은 위험 구역을 로봇이 순찰하고, 드론이 현장을 날며 건물 표면에 생긴 미세 균열을 잡아낸다.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실제 건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다양한 스마트 건설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속속 도입하고 있어서다. 숙련 인력 부족, 인력 고령화,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 입장에서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 현장에서 주택 건설로봇 5종을 시연했다. 자율주행 지게차, 자재 이동 로봇, 청소 로봇, 살수용 드론, 웨어러블 로봇 등이다. 이 로봇들은 사람이 해야 할 작업을 대신함으로써 일의 효율성과 안전을 높일 것으로 기대됐다.
일례로 살수용 드론을 활용하면 해체 공사 중 작업자가 해체 구조물에 가까이 가지 않고도 물을 뿌릴 수 있다. 작업 위험도가 높은 고층부에도 살수가 가능해 사고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주차장 청소 로봇은 작업이 없는 야간에 스스로 분진을 제거해 현장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이 로봇은 올해 초부터 삼성물산 주택 현장에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건설 현장엔 이미 다양한 로봇들이 활용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건설 현장에 투입해 품질 및 안전관리를 무인화하고 있다. 스팟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현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현장 데이터 수집, 위험 구역 출입 감지 및 경고 등을 송출한다. 포스코이앤씨는 AI 기반의 드론 기술을 활용한 균열관리 솔루션 ‘포스 비전’을 도입해 외벽의 균열을 0.3㎜까지 탐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대우건설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진행한 ‘2025 스마트건설 포럼’ 행사에서도 드러났다.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은 “AI와 디지털 전환(DX)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산업의 근간을 바꾸는 거대한 동력”이라며 “벽돌과 시멘트 중심의 현장은 이제 데이터, 알고리즘, 로봇 기술이 결합된 첨단 기술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건설정보모델링(BIM)과 AI의 현황·방향, 드론과 공간 정보의 활용, 탈현장 건설(OSC), 대우건설의 DX·스마트건설 중장기 전략 등을 소개하며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이처럼 스마트 건설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건 현장 무인화의 필요성이 높아져서다. 노동집약적인 산업 특성상 숙련 인력이 많아야 하는데 새로운 인력의 유입은 줄고 있고, 산업재해 근절 분위기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미래 건설산업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서 “숙련 인력들의 고령화로 산업 내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장기적 인력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도나 예산, 시스템으로만 건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며 “여러 방안 중 하나가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해 현장을 무인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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