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인데 언제 결혼할래?” 교회 속 미혼들의 ‘설 자리 없음’

Է:2025-08-18 07:56
:2025-08-1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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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속 3040 미혼들의 고립감 심각… 전문 사역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교회가 급증하는 1인 가구 시대에 발맞춘 목회적 돌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30·40대 미혼 성도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고립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혼자 남겨진 슬픔, 갈 곳 없는 현실

초등학교 교사인 박소연(가명·42)씨는 2020년 어머니의 지병이 악화하면서 함께 살게 됐다. 딸로서 막바지에는 휴직계를 내고 직접 병간호를 한 것이다. 하지만 2021년 박씨가 잠시 외출한 사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임종 장면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 된 그는 심한 우울증에 빠져 3년간 심리 치료를 받았다.

박씨는 현재 갱년기 호르몬 변화와 부모 사별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극심한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명절이나 연휴에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생겨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며 “결혼한 형제자매가 있어도 정서적으로 의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씨에게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훗날 죽으면 누가 장례를 치러줄지 혼자 살다 죽으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문제가 절실해졌다. 이런 부분을 내밀하게 나눌 사람이 없어 우울하다”고 말했다.

20년 신앙 공동체에서도 ‘떠도는’ 현실

박씨 같은 상황은 교회 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현주(가명·39)씨는 20년째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 20대에 청년부에 들어와 30대까지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지만 30대 후반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년부에 새로 온 부목사는 이씨보다 3살이나 어렸다. 고민을 털어놓아도 막연한 위로만 돌아왔다. 그는 “목사님과 얘기해봐도 답이 없다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여전도회에 갈 수도 없었다. 청년부에서는 나이가 많고 여전도회에서는 싱글이라는 이유로 어정쩡한 위치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씨는 주일 예배를 두 번 드리는 선택을 했다. 오전에는 20년간 다닌 본교회에서 오후에는 인근 대형교회로 간다. 그는 “오후에 다른 교회에 출석하는 이유는 솔직히 말해서 내 짝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이씨는 “20년간 신앙 생활한 교회에서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기분”이라며 “그동안 어떻게든 버텼는데 40대를 코앞에 두니 더 이상 애매한 위치에 있기 싫어서 아예 대형교회로 옮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 중심 교회 문화가 싱글 소외 부추겨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김향숙 하이패밀리 대표는 교회 내 30·40 싱글들의 현실에 대해 “교회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가족 단위이다 보니 교회 행사나 대화 주제도 자연스럽게 가족 중심으로 이뤄져 싱글들은 고립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 대표는 특히 소속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청년부에 남으려니 나이가 많고, 여전도회나 남전도회에 가려고 하니 싱글이라는 이유로 소속이 안 된다”며 “더 큰 문제는 성도들의 시선이다. ‘언제 결혼할래?’ ‘나이 40인데 늦지 않았나’ 등의 말들이 교회의 압박이다. 이런 상처로 인해 교회 공동체에서 멀어지고 신앙 동력을 잃어버리는 싱글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혼매칭 사역을 20년간 해온 문형욱 갓데이트 대표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그는 “교회 내 압박이나 소외감 문제는 여전히 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결혼하지 못한다는 게 무능력으로 이어지는 풍토가 있어서 그런 것 때문에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싱글도 1인 가족, 돌봄 대상으로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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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기존 가정사역 프로그램의 구조적 한계를 가족 개념의 협소함에서 찾았다. 그는 “싱글은 1인 가족인데 이제는 하나의 가족 단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2년 전체 가구의 34.5%가 1인 가구인 통계를 들면서 그는 “1인 가구가 이렇게 늘어나는데 교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된다”며 “가족 개념이 바뀌었으니 가정사역의 영역도 확장되어야 하고, 싱글들도 돌봄 대상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을 공동체성의 훼손으로 본 문 대표는 “하나님도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오셔서 공동체성을 띠는 데 개인의 유익에 대한 게 많아지고 신앙생활도 개인화되는 것 같다”며 “기독교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결혼도 그렇고 모임도 그렇고 시스템화된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독신은 은사, 하지만 편리함 추구를 합리화하면 안 돼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 7장에서 독신을 권한 것에 대해 두 전문가는 균형 잡힌 해석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독신은 은사이고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바울의 말씀을 인정하면서도 “누구에게나 독신 은사가 있는 건 아니고 독신이 틀림없이 크리스천의 한 형태이지만 보편적 기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도 바울처럼 하나님만 섬기려고 자발적으로 독신을 선택하고 독신 은사가 있으면 아름답다”면서도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을 독신 은사로 합리화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문 대표는 “바울이 싱글로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어떤 상태에 있을 때 때로는 지혜롭게 싱글로 있을 필요도 있다는 것”이라며 “둘 다 믿음으로 확신한다면 혼자 사는 것도 하나님의 선물, 결혼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결혼하는 게 좋은 거냐 싱글로 있는 게 좋은 거냐는 선택 문제이지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싱글 친화적 교회 환경 조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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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교회가 변화하는 사회상에 맞춰 싱글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싱글 친화적 교회 환경 조성을 위해 “기존 가정사역 프로그램에 싱글의 목소리와 이들의 당면 과제를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구체적 예로 갱년기 부부 세미나를 들며 “싱글들도 갱년기 호르몬을 피할 수는 없는데 주변에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다”며 “갱년기 부부 교실을 할 때 싱글에 초점을 맞춰서 다뤄주면 효율적으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싱글들의 가장 큰 문제를 외로움으로 진단하며 “자기 마음을 잘 알아주는 한 사람이 있으면 된다. 싱글들끼리 말벗이 되고 공감의 장이 마련되는 소그룹, 일대일 멘토링을 교회에서 의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싱글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싱글도 충분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삶에서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며 “좋고 나쁘고의 우열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에서 자기 계발하는 거나 자기 성장할 수 있는 교육도 균형 있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성경공부 외의 교육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전문 사역자 양성과 목회자의 전문성 강화가 제시됐다.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싱글 사역자의 필요성을 꼽았다. 그는 “교회가 시대적 흐름에 앞서 싱글들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목회자들의 전문성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부교역자의 경우 행정에 치여 있어서 청년들의 다양한 문제의식을 공부하고, 싱글의 애환을 깊게 상담할 수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며 현재 커플코칭 전문가 과정을 통해 목회자들에게 상담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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