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명 없이 전도·나눔 하다 오해도…예수만 알리면 충분”

Է:2025-08-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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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신목회열전] 이요한 성남·제주청운교회 목사

이요한 성남·제주청운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교회 사역과 목회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제주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다 전망 카페 젠타일스(gentiles). 이름 젠타일스는 영어 성경 로마서에서 ‘열방’으로 번역되는 표현이다. 4층 규모의 카페 곳곳엔 성경 메시지가 자연스레 녹아있다. 각 층 벽면엔 “열방들아, 주의 백성과 함께 즐거워하라”(롬 15:10) 등의 말씀이 영어와 한글로 적혀있다. ‘심휼(審恤) 케이크’ ‘임마누엘 라떼’ 등 메뉴명에도 기독교적 색채가 드러난다. 특히 ‘심휼’이란 메뉴명은 역사적으로 여러 아픔을 겪은 제주 지역을 하나님이 품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 인근 카페 젠타일스 외부 전경(왼쪽). 카페 대표 메뉴인 ‘심휼 케이크’. 역사적으로 여러 아픔을 겪은 제주 지역을 하나님이 품는다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이 목사 제공

이 카페의 콘셉트와 주력 메뉴, 메뉴명을 만든 이는 이요한(49) 성남·제주청운교회 목사 부부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카페는 안마의자를 배치한 ‘힐링존’과 공부 공간이 있는 ‘스터디존’, 각종 모임용 ‘미팅룸’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을 “성도들과 함께 손수 지었다”는 이 목사를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서 만났다. 그는 한 달 중 3주는 경기도 성남의 교회서, 한 주는 제주의 교회서 설교한다. 이 목사는 “가족은 제주에 정착했다”며 “매주 화요일 제주로 내려갔다 금요일에 육지로 올라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며 웃었다.

복음을 살아내는 공동체

제주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 인근 카페 젠타일스 내부 전경(왼쪽). 음료 구매가 미얀마 지진 피해 지역 후원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 게시된 카페 벽면카페는 지난 4월부터 한 달간 수익의 3%를 미얀마 지진 피해 복구 후원금으로 기부했다. 이 목사 제공

그는 스위스 라브리 공동체와 프랑스 떼제 공동체와 같은 영성 공동체로 꾸려 다음세대에게 쉼과 치유, 회복을 제공하고자 이 공간을 조성했다. 이 목사는 이전에도 경기도 성남과 서울 강남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예배 모임을 이끌고 지역 주민과 소통해온 경험이 있다.

목회자 자녀로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이 목사는 전도사 시절인 2010년 성남청운교회를 개척했다.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유학 준비를 하던 그에게 있어 교회 개척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그런데 서울서 부교역자 생활을 정리하고 성남시 수정구에서 잠시 머물던 시절인 2009년 집 근처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마주한다. 남루한 행색의 7세 아이가 두 살배기를 업고 저녁으로 김밥을 먹는 모습이었다. 이 목사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 늦게까지 방치된 아이들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평소 아내와 “향후 사역지를 제일 목회하기 힘든 지역으로 정해달라”고 기도하던 그였다. 결국 유학 결심을 접었다. “이곳에 하나님 마음이, 복음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마음이었다. 이 목사는 눈이 쌓이면 독거 어르신 집 앞을 비롯해 동네 구석구석을 쓰는 일을 시작으로 지역 사회 봉사를 하며 이웃을 만났다.

이때부터 그는 ‘큰 교회, 대단한 사역이 아닌 복음을 실천하는 공동체를 꾸리고 싶다’는 목회 방향을 세웠다고 했다. 이 목사는 “우리 교회는 작지만 강한 공동체, 복음적 삶을 살며 지역을 변화시키는 공동체를 추구한다”며 “초대교회 영성을 본받은 모라비안 공동체처럼 전 교인이 선교적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교회 아닌 오직 예수 이름만

‘공동체 목회’ ‘전 교인의 선교적 삶’과 함께 교회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는 ‘오직 예수만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교회 간판 달지 않기’나 ‘전도지에 교회 이름 안 쓰기’ 등도 이런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예수와 복음만 알리면 충분하다”는 이유다. 그는 “우리가 전한 전도지를 받고 우리 근처 다른 교회에 등록한 분도 있다. 나중에 해당 교회에서 연락 와서 알았다”며 웃었다.

경기도 성남청운교회 성도들이 '나그네 사역' 중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전한 뒤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 이 목사 제공

지역 내 소외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 ‘드림 스프링스’와 미자립교회 사역비와 부활절 달걀 제공, 나그네(노숙인) 식사 제공 사역 등도 교회 이름 등을 내세우지 않은 채 꾸준히 이어왔다. 아이티와 미얀마 등 재해 지역 후원도 같은 방식으로 계속하고 있다. 이 목사는 “우리 역시 월세살이 중이지만 주님이 주는 마음 따라 후원했다”며 “선교적 삶을 사는 성도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제주, 열방·다음세대를 품은 곳

다른 지역보다 복음화율이 비교적 낮은 제주에 제주청운교회를 세우기로 교인들과 뜻을 모은 건 2020년부터다. 당시 안식월을 맞아 제주에서 한 달 살이를 했던 그는 3년 뒤 서귀포시 효돈로에 카페와 예배 공간을 임대했다. 제주 지역과 다음세대 섬김이란 그의 뜻에 공감해 성도 9가정도 교회 인근에 정착했다. 카페 젠타일스 건립과 제주 지역 다음세대 연합 사역에 힘을 보태고 있는 이들이다.

경기도 성남청운교회 성도들이 지역 내 소외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 ‘드림 스프링스’ 사역 중 멘토링하는 모습. 이 목사 제공

이 목사는 “13년간 공동체서 함께 한 성도들이 대부분”이라며 “선교적 삶이 지역을 바꾼다는 확신에서 제주행을 결심한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육신 정신으로 선교지에 정착했던 모라비안 공동체처럼 이들은 현재 식당 등을 운영하며 이웃에게 삶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청운교회와 지난 7월 다음세대 연합 수련회 후 제주 서귀포구 카페 젠타일스를 찾은 다른 교회 성도들. 이 목사 제공

교회는 조만간 카페 건물 4층에 제주 기독교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관을 조성한다. 카페 손님들이 제주 역사를 기억하고 이를 위해 손 모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목사는 “제주에서 다음세대를 품고자 하는 모든 이들과 여러 문화 사역을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제주=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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