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초등부 아이들이 본당에서 예배를 드린다. 청소년부 학생들도 유초등부와 격주로 번갈아 가며 본당에서 예배한다. 다음세대 예배는 주로 부속실에서 드리는 대다수 교회에선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이 교회의 신생아부터 청년세대 교인은 총 300여명. 40대 이상인 중년과 노년 교인(470명) 수를 바짝 따라가고 있다. 10년 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2016년 인천 불로교회는 부채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2007년 교회 건축으로 진 빚 22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두 배가 됐다. 설상가상 당시 담임목사도 불미스러운 일로 사임했다. 부교역자와 몇몇 성도들은 인근에 새 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는 2년간 담임목사를 찾았지만 빚더미에 앉은 교회, 교세가 대폭 쪼그라든 교회에 담임을 자원한 목회자를 찾기 어려웠다.
교회는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에 SOS를 요청했다. 교회가 은행에 넘어가게 생겼다고, 목회자를 보내 달라고. 정성진 은퇴목사가 거룩한빛광성교회 담임을 맡고 있었을 때였다. 정 목사는 부교역자 한 명을 발탁해 불로교회 담임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2016년 6월 한민수(51) 목사가 불로교회에 부임했다.
성인 40명, 아이 12명. 한 목사가 불로교회에 부임할 때 출석 성도는 52명이 전부였다. 교회 안에선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었고, 외부에선 ‘저긴 망한 교회’라는 냉소가 들려왔다.
교회는 우선 예배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교인들이 영적으로 회복해야 교회도 성장할 거란 믿음에서였다. 한 목사는 예배 위원들에게 ‘3초의 미학’을 지키자고 제안했다. 모든 순서 사이에 3초 이상 공백을 두지 않는 원칙이다. 군더더기 없는 예배 흐름으로 예배 시간 교인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 19일 교회에서 만난 한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예배의 흐름이 끊기면 나도 모르게 딴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3초만 지나도 옆 친구와 장난을 치기 시작하죠. 일주일에 단 한 번뿐인 주일예배, 그 시간만큼은 성도들이 온전히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죠.”

다음세대 예배 문화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대표적인 변화가 ‘파워예배’다. 말씀과 찬양, 율동이 어우러진 역동적인 예배인데, 목회자와 찬양팀 모두 야구 유니폼을 입고 예배를 인도한다. 담임목사는 설교하지 않는 날엔 찬양팀원이 돼 율동을 같이한다. 한 목사는 “교회가 재미없고 지루한 곳이란 선입견을 극복하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신나고 은혜가 넘치는 예배를 드릴 때 복음의 씨앗이 심길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전도에도 열심을 냈다. 처음 4개월 동안은 새신자가 1명도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같은 시간, 동일한 장소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전도를 나갈 땐 다음세대와 거리감을 좁히고자 교회학교 예배 때 입은 야구 유니폼 차림으로 갔다.
교회가 예배와 전도 만큼 신경 쓰고 있는 건 지역사회와의 상생이다. 교인들은 매주 교회 일대를 청소하고 2017년부턴 어려운 이웃에게 반찬과 간식을 나누는 ‘공유 냉장고’ 사역도 이어가고 있다. 지역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사업도 매년 진행한다. 교회 작은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문화교실은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배움터로 이용되고 있다.
재정 형편이 넉넉해서 이런 사역을 하는 건 아니다. 교회엔 건축 당시 진 빚이 아직도 남아있다. 한 목사는 “교회가 부자일 때만 이웃을 섬기란 법은 없다”며 “복음의 핵심인 이웃 사랑은 미룰 수 있는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턱을 낮추고 공동선을 위해 힘쓴 결과, 교회는 영적 성숙과 함께 교인 수도 늘어났다. 출석 교인만 따져도 10배가 넘는 성장이다. 성장 주축엔 다음세대를 향한 관심이 있었다. 한 목사는 “요즘은 아이들이 교회를 결정하는 시대”라며 “아이들이 단 한 번이라도 교회에 오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이 교회 활동에 참여하면 믿지 않는 부모들도 자녀들의 발표나 공연을 보기 위해 교회를 찾았다”며 “교회에서 즐겁게 예배드리는 자녀들의 모습을 본 부모들이 교회 문을 두드린 사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한 목사는 목양실 벽에 걸려 있던 한 붓글씨로 자신의 목회 철학을 설명했다. ‘我死敎會生(아사교회생).’ 정성진 은퇴목사에게 배운 목회 방침이다. 목회자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뜻이다.
“교회를 위해 목사가 있는 것이지, 목사를 위해 교회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한국교회의 낮은 신뢰 문제는 목회자가 살기 위해 교회가 죽는 ‘아생교회사(我生敎會死)’에서 비롯됐다고 봐요. 한국교회가 회복되려면 무엇보다 목회자가 더욱 낮아져야 합니다.”
‘겸손 또 겸손 그리고 겸손.’ 불로교회 강대상에도 그의 다짐을 대변하는 글귀가 손바닥만 한 크기로 붙어 있다. 한 목사는 “한국교회 다음세대와 가정의 회복을 위해 겸손히 또 열심히 사역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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