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광진구 건대 와이낫카페는 예수님 생일을 축하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카페 주변은 성탄을 기념하는 포스터와 배너로 꾸며져 있었고 지하로 내려가자 ‘메리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가 새겨진 핫핑크와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스태프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대기자가 많아 1시간 이용 제한이 있었으며 방문객들은 손목에 도착 시간을 기록한 팔찌를 착용했다.
카페 내부에서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위트 있는 퀴즈를 통해 성탄의 의미를 알아가는 ‘크리스마스 문제 풀기’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제작한 모션그래픽 복음 애니메이션 ‘생일축하 영상 보기’ 예수님 전신판과 사진을 찍는 포토존, SNS 인증사진을 공유하는 ‘예수님 생일 소문내기’ 그리고 방문객이 축하 메시지를 적는 ‘방명록 벽 꾸미기’ 등이 있었다. 이벤트에 참여해 스탬프 3개를 모으면 젤라또 아이스크림, 한정판 굿즈 등을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카페 근처 어린이대공원역 3번 출구 버스정류장에는 ‘예수님 2024번째 생일 축하해요!’라는 문구의 전광판 광고가 한 달간 게시돼 행사를 알리고 있다.
행사는 CCC의 디지털전략사역(VLM)팀이 주최한 ‘예수님 생일카페’로 지난 16일부터 오는 25일까지 크리스마스의 본래 의미를 MZ세대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CCC는 K-pop 팬덤의 생일카페 문화에서 착안해 2023년부터 예수님 생일을 기념하는 성탄절 전도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홍다은(24) CCC 순장은 “첫날 106명이 참석한 이후 매일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중고등학생, 대학생,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예수님 생일카페를 통해 복음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25일이 단순한 연말 이벤트가 아니라 예수님을 기념하는 날이 되고, 전 세계가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행사 현장에서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방문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청주와 천안 등 먼 거리에서 방문한 청년들도 있었고, 한 고등학생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친구들을 데려왔다. 외국인 방문객 중 한 명은 전도 영상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화여대 화공신소재공학과에 재학 중인 정다원(20)씨는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과동기의 초청으로 함께 왔다”며 “독특하고 재밌는 콘셉의 팝업스토어 같은 느낌이라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었고 기회가 되면 또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MZ세대 크리스천들은 신앙과 감성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으로 성탄절을 기념하고 있다. 서울 성수역 근처에서는 하루하루가 매일 크리스마스처럼 사랑이 가득하길 바라는 라이프스타일샵 에브리데이크리스마스(Everyday christmas)가 크리스천아트샵 할렐루야(Hallelujah)와 함께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를 열어 방문객들에게 신앙의 메시지와 감성적인 경험을 동시에 제공했다. 특히 함께 방문하고 싶은 친구를 팝업스토어를 공지한 인스타 게시물에 댓글로 태그 후 팝업에 방문하면 샵의 인기제품들 중 하나인 샤쉐, 캘린더, 키링을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SNS에서도 성탄절을 기념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했다. 크리스천 남매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CCM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는 브이로그, 청년들이 캐롤을 부르는 영상 등이 공유되며 MZ세대의 독창적인 성탄절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대전의 문화예술사역단체 팔로우온은 과자로 예수님 형상을 만드는 활동 영상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유하며 교회학교 활동을 제안했다.
크리스천 MZ세대의 독창적이고 감성적인 성탄절 문화는 단순히 연말 이벤트를 넘어 신앙과 일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청년 신앙공동체 스탠드그라운드(대표 나도움 목사)는 22일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빨강, 하양, 초록의 드레스코드와 예수님 생일 축하 케이크를 준비해 성탄감사예배를 열었다.
홍대청년교회(이정재 목사)는 성탄절을 맞아 예배와 나눔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며 청년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교회를 출석하는 배영준 청년은 청년 모임인 ‘청년샐러드’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크리스마스 캐럴을 모아 곡 리스트를 제작했다. 그는 “크리스마스는 서로를 생각하며 선물을 준비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라며 “이 분위기를 담아 노래를 선곡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박효신과 V가 부른 ‘Winter Ahead’를 추천하며 “찬양 곡은 아니지만, 따스한 겨울을 함께 만들어가는 마음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홍대청년교회의 성탄 인테리어는 예수님의 삶과 사랑을 기념하는 메시지로 꾸며졌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성탄의 분위기를 더했으며 중앙에는 십자가와 그릇, 잔이 배치돼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교회는 이를 통해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랑의 식탁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파티는 12월 중 두 차례 진행됐다. 신촌 상권에서 일하는 청년들과 지역 상인들, 해외 유학생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는 24일에는 교회 가족들이 모여 한 해 동안 예수님을 좇아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사랑을 실천하며 보낸 시간에 대해 나누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홍대청년교회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지역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이가온 청년샐러드 매니저와 교회 청년들이 직접 만든 시그니처 샐러드와 함께 “당신의 하루에 작은 빛이 되길 바라며 정성스레 준비한 마음을 전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메시지를 담아 환경미화원, 경비원, 폐지를 주우시는 어르신 등 주변 이웃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이정재 목사는 “성탄절은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지만, 동시에 사랑을 나누는 날”이라며 “우리 교회는 크리스마스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실질적으로 실천하며, 주변 이웃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 자녀 공동체 PK러브는 오는 25일 서울 구로구 센터에서 예수님 생일파티를 개최한다. 1부 예배에서는 성탄의 메시지를 나누고, 2부에서는 포틀럭 파티와 선물 교환을 통해 참석자들이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특히, 선물 교환 레크리에이션은 PK러브 크리스마스 파티의 하이라이트다. 참석자들은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의 선물을 준비해 랜덤 방식으로 교환하게 된다.
유한영 목사는 “PK러브의 12월 모임은 매년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으로 마련된다”며 “이번 행사가 쓸쓸한 성탄을 보내는 목회자 자녀들이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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