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란’의 숨겨진 주인공, 알고 보니 괴물 러너

Է:2024-11-03 12:27
:2024-11-0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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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차 배우 고한민, ‘조선의 파파고’로 스포트라이트

배우 고한민 꽃동산교회 집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자신의 연기철학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우정민PD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더라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믿음으로 그 길을 즐기며 나아가고 싶어요.” 넷플릭스 영화 ‘전,란’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데뷔 18년 만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배우 고한민 꽃동산교회 집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를 찾았다.

오랜 무명 시절 속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온 그는 자신을 지탱해준 가족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을 자랑했다. 그리고 연기라는 자신의 일터 속에서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전,란의 ‘조선 파파고’, 소이치로의 탄생
‘전,란’에서 고 집사는 일본군의 통역관 소이치로 역을 맡아 영화의 긴장과 유머를 더해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이치로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조선 출신으로 적장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당당히 말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조선 파파고’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 영화 리뷰에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상 소이치로”라는 댓글이 달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전,란’에서 고한민 집사는 일본군의 통역관 소이치로 역을 맡아 영화의 긴장과 유머를 더했다. 넷플릭스 제공

“소이치로는 원래 단순한 일본어 통역사로 설정됐으나 감독님과 상의하며 조선 출신의 친왜파라는 설정을 추가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유리할 때는 반말, 불리할 때는 존댓말을 쓰며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줍니다. 위험한 순간에도 말을 멈추지 않는 그의 언변 덕에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일본에서 자란 덕에 일본어에 익숙해진 고 집사는 고어 대사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첫 리딩 당시 대사가 없었던 소이치로 역할을 자발적으로 살려낸 것도 이러한 배경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진선규 배우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 리딩 때 선규 형이 ‘한민아, 그냥 해보라’며 응원해 주셔서 용기 내어 일본어로 상황을 채워 나갔다”며 “조언 덕분에 소이치로가 지금의 깊이 있는 인물이 된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고한민 집사는 진선규 배우를 자신의 멘토로 꼽았다. 고한민 집사 제공

연기와 신앙의 멘토 진선규
진선규 배우는 고 집사에게 연기와 신앙 모두에서 멘토이자 든든한 동역자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자주 만나 함께 달리기하며 연기와 신앙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선규 형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 주는 형이에요. 달리기를 함께 하며 연기와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큰 힘이 됩니다. 형의 조언과 응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마라톤 서브 3(3시간 내 완주)뿐 아니라 각종 철인3종경기 출전 경험을 가진 그는 ‘한국에서 가장 잘 뛰는 연예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고 집사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신앙적 성찰의 시간이다. 코로나 시기 동안 ‘#묵상런’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달리기와 신앙적 묵상을 결합한 게시글을 올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달리기 열풍과 함께 크리스천 러너들 사이에서 묵상런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에도 고 집사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국민일보 6월 15일 자 7면 참조)

“사실 저는 군 복무를 하다가 십자인대와 연골판을 심하게 다쳐 지체 장애 6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장애가 없었다면 이토록 달리기에 열정을 쏟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사도 바울에게 육체의 가시가 있듯이, 저에게도 이 약점이 오히려 유익이 되었다고 느껴요. 새벽에 달리면서 하나님께 집중할 때 내면의 평안과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새벽기도, 하루의 처음을 하나님께
고 집사는 최근 가족과 함께 출석교회의 새벽 참석 인증사진을 SNS에 남기고 있다. 이렇게 신앙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그이지만 독실한 불교 집안 출신이다. 신앙은 아내 덕분에 갖게 됐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예배당 문턱만 넘는 ‘일요일에만 교회 가는 크리스천’으로 살다가 코로나 시기 아내의 권유로 가정예배를 드리며 신앙이 한층 깊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새벽기도가 삶의 전환점이 됐다.

어느 날, 평소처럼 새벽에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아내가 ‘하루의 처음 것’을 하나님께 드려보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그 말이 고 집사의 마음에 큰 울림이 됐고 그날 이후 기회가 되는대로 새벽기도에 참석하고 있다. 달리기는 새벽기도 이후로 우선순위를 미뤘다. 새벽기도는 그에게 신앙의 유익을 넘어 삶의 활력이 됐다. “이제는 저도 가족과 누군가를 위해 울면서 기도할 수 있게 됐어요. 매월 이어지는 특별 새벽기도회를 지키며 하나님께 첫 시간을 드리는 이 시간이, 신앙적으로도 연기자로서도 큰 힘이 됐습니다.”

배우 고한민 꽃동산교회 집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자신의 연기철학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우정민PD

정확한 때에 맡겨진 배역 기대해
고 집사는 “과거에는 내가 이 정도 연기했으면 성공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하나님의 뜻에 맡기게 됐다”며 연기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캐릭터 연구도 기도로 시작하고, 오디션을 보러 갈 때도 하나님이 함께한다고 생각한 뒤부터 마음이 말할 수 없이 평안해졌다고 했다. 그에게 연기는 이제 ‘성공의 수단’이 아닌 ‘하나님과 동행하는 00’이 된 셈이다. 신앙을 갖기 전에는 배역의 크기나 성공 여부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하나님이 주시는 역할에 감사하며 맡은 바를 성실히 준비하는 것이 그의 원칙이 됐다.

“제가 아무리 노력했어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이 아님을 깨달았어요. 하나님의 때에 맡기니 매 순간이 감사로 다가옵니다.”

고 집사는 특히 캐릭터에 몰입할 때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자신의 해석과 접근법을 묻곤 한다. “제가 캐릭터를 위해 고민할 때, ‘아버지, 이 모습이 맞을까요?’라고 기도하며 해석을 맡깁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고 더 많은 살을 붙여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의 연기는 하나님과의 대화에서 비롯된 신뢰와 겸손으로 채워진다. 고 집사는 “하나님께서 제 삶에 주신 사명을 이루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시상식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을 세상에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우 고한민 꽃동산교회 집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자신의 연기철학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우정민PD

끝으로 ‘배우 최초 세계 6대 마라톤 서브 3’라는 목표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장애를 극복한 도전의 상징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아가 과거 참여했었던 네팔 단기선교를 가족과 함께 다시 떠나고 싶다는 꿈도 전했다. “가족과 함께 선교지에 가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달리기로도 선교로도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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