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연출가 요나 김 “여성에 대한 바그너의 클리셰 깨고 싶다”

Է:2024-10-10 05:00
:2024-10-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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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개 버전 가운데 초기 2개 버전 절충

연출가 요나 김이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탄호이저’ 출연진에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요나 김은 한국 출신으로 유럽 오페라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독일 오페라의 최고봉’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초기작 ‘탄호이저’(3막)를 선보인다. 바그너가 직접 ‘낭만적 오페라’라는 부제를 단 ‘탄호이저’는 환락과 이단을 상징하는 여신 베누스의 유혹에 빠진 기사 탄호이저가 연인 엘리자베트의 진실한 사랑과 간절한 기도로 죽음과 함께 구원받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본과 작곡을 겸한 바그너는 1845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초연한 이후 세 차례 개정판을 내놓았기 때문에 ‘탄호이저’는 총 4개 버전이 존재한다. 1845년 드레스덴 버전, 1861년 파리 버전, 1867년 뮌헨 버전, 1875년 빈 버전이다. 어떤 버전에도 만족하지 못했던 바그너는 자신이 만든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마지막 개정판을 발표하고 싶었지만, 세상을 뜨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후대의 지휘자와 연출가는 특정 판본을 선택하거나 두 판본을 절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립오페라단의 ‘탄호이저’는 드레스덴 버전과 파리 버전을 혼용했다.

국립오페라단의 ‘탄호이저’를 연출하는 요나 김은 최근 국민일보와 만나 “‘탄호이저’는 청년 바그너가 기존 오페라 형식을 파괴하고 자신의 ‘음악극’ 형식으로 나아가는 변곡점 같은 작품”이라면서 “지휘자 필립 오갱과 상의해 4개 버전의 ‘탄호이저’를 놓고 젊은 시절의 바그너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드레스덴 버전과 파리 버전을 절충했다”고 밝혔다. 이어 “베누스의 비중이 크고 캐릭터가 입체적인 ‘파리 버전’을 1막에 쓰고, 2막과 3막은 초연인 드레스덴 버전을 사용한다”면서 “다만 파리 버전의 1막에 추가됐던 발레 장면은 프랑스 오페라 스타일을 따라 작위적으로 만든 만큼 삭제했다. 이번 ‘탄호이저’를 서울 버전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설명했다.

요나 김은 유럽 오페라계에서 동양 여성으로는 드물게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 상임 연출가인 요나 김은 2004년 독일 드레스덴 잼퍼 오페라에서 초연된 현대 오페라 ‘맨해튼의 선신’ 대본 작가로 데뷔했다. 이듬해 독일 부퍼탈 시립극장에서 오페라 ‘자이데’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30여 개의 오페라를 연출하고 6개의 창작 오페라 대본을 썼다. 독일 최고 권위의 극예술상인 파우스트상에 2010년·2020년 두 차례나 노미네이트됐고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의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됐다. 한국에는 2015년 국립오페라단에서 ‘후궁 탈출’을 연출하며 이름을 알렸으며, 지난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만하임 국립극장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 공연으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연출가 요나 김이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탄호이저’ 출연진에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요나 김은 한국 출신으로 유럽 오페라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요나 김은 “습작시대의 3편을 뺀 바그너 오페라 10편 가운데 그동안 연출 기회가 없었던 것이 ‘탄호이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등 3편이었다. 그래서 국립오페라단에서 ‘탄호이저’ 연출 제안을 받고 바로 수락했다”면서 “원작은 독일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사랑 등 인간 본성을 다룬 작품의 주제는 현대에도 여전히 통한다. 무대 위에서 라이브카메라로 주인공를 클로즈업해서 그 심리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특히 요나 김은 ‘탄호이저’ 대척점에 있는 베누스와 엘리자베트의 캐릭터를 새롭게 구축할 예정이다.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여성은 남성을 유혹하는 존재 아니면 구원하는 존재의 이분법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요나 김은 두 여성 캐릭터의 긴장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이면의 숨겨진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요나 김은 “여성에 대한 바그너의 클리셰 작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두 여성 캐릭터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가사와 음악을 하나하나 분석했더니 숨겨진 힌트가 있었다”면서 “베누스는 관능적인 팜므 파탈로 그려지지만, 실상은 사랑에 충실한 정열적인 여성이다. 그리고 엘리자베트 역시 이타적인 사랑을 강요당하다 죽어가는 희생자로 보인다”면서 “베누스와 엘리자베트는 결국 한 여성의 양면성을 은유한 것이다. 그래서 3막에 두 여성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두 여성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연대’의 의미인지 ‘대립’의 의미인지는 관객의 해석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오페라단의 ‘탄호이저’는 인터미션까지 포함해 전체 공연에 4시간10분 소요된다. 바그너 작품 중에서는 쉬운 편이라곤 하지만 초심자에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요나 김은 “오페라를 관람하다가 졸리면 그냥 자도 된다. 잠시 졸고 일어나면 음악이 더 잘 들린다”면서 “오페라를 모르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각자 즐기면 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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