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공 기관에서 보내온 안내문이나 게시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는 뜻은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이기 때문에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해야 맞는다.
9일 우리글진흥원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의 공직자 3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공개한 ‘공공문장 바로 쓰기 실태’에 따르면 기억에 남는 잘못된 공공문장으로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를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2024년 1월 이후 출생아들에게 축하금 100만원 지원’이란 문구는 “딸에게는 축하금을 주지 않느냐”라는 문의 전화를 많이 받은 안내문으로 꼽혔다. ‘출생’ 뒤에 ‘어린아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아(兒)’와 복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들’이 붙는 바람에 ‘출생한 아들’로 읽히면서 독자가 헷갈린 경우다.
‘자전거는 내려서 걸어가세요’ ‘반려견은 목줄을 착용하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뒷꿈치를 시작으로 발바닥 전체를 댄다’ 등도 기억에 남는 잘못된 문장으로 언급됐다. ‘자전거에서 내려’ ‘목줄을 채워’ ‘한가위 맞이하세요(보내세요)’ ‘뒤꿈치’라고 해야 맞는다.
응답자들은 공공문장 작성할 때 ‘전체적인 문장 구성’(69.7%, 복수 응답)이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어법과 어휘 사용(42.3%), 문장 성분 호응(29.7%), 띄어쓰기(12.3%) 순으로 나타났다. 주민이나 시민이 읽는 각종 생활안내문을 독자 눈높이에 맞춰 쉽고 정확하고 품위 있게 작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편’이라는 응답은 50.8%, ‘그런 거 같지 않다’는 45.6%로 나타났다. ‘그런 거 같지 않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5급 이상 간부에서 두드러져(60%) 6급 이하 주무관들과 시각차를 보였다.
공공기관이 사업명 등에 무분별하게 외래어를 사용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가능하면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 59.8%, ‘우리나라에 없는 제도라면 외래어를 써도 무방’ 36.9%로 나타났다. ‘무방’하다는 응답은 직급이 높아질수록 높게 나타났다.
대한민국 공무원의 문장 작성 능력은 대부분 ‘보통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10점 만점에 5점 17.4%, 6점 23.1%, 7점 30.9%, 8점 13.2%, 9점 3%, 10점 0.3% 등 ‘5점 이상’이라는 응답이 87.9%에 달했다.
공공문장 바로 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으로는 ‘작성 시간 촉박’(52.9%, 복수 응답), 교육 지원 부족(45%), 개인적인 관심 부족(41.1%), 상사의 도움을 받지 못함(22.8%), 맞춤법 등 한글의 어려움(13.2%)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9월 27일부터 10월 5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이뤄졌다. 우리글진흥원은 ‘글 바르게 펴는 일은 세상 착하게 하는 일’이라는 슬로건으로 전국 공직자를 대상으로 2018년부터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 교육’을 운영해 오고 있다. 보고서 작성법, 안내문 쓰기, 보도자료 작성법 등 매년 80회 이상 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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