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공장은 친환경 모빌리티 비전과 기술을 위한 미래 투자의 핵심 거점이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지속적인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의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한 말이다. 정 회장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유럽 자동차 시장 현황을 점검하며 미래성장 전략을 모색했다. 유럽은 친환경 차 격전지로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맞물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늦추고,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며 유럽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유럽 자동차 산업 수요는 790만691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61만1988대)보다 3.9% 증가한 데 그쳤다. 2022년 대비 지난해 연간 자동차 수요 증가율(12.7%)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증가세 둔화가 뚜렷해졌다.
전기차 수요는 더욱 더디게 움직였다. 지난 1~7월 유럽 전기차 산업 수요(109만3808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108만7118대)보다 0.6% 증가했다. 지난해 1년간 전기차 산업 수요 증가율이 28.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추세의 급감이 확인된다.
정 회장은 “체코공장 임직원들의 헌신과 전문성, 강력한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품질과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체코공장의 우수한 생산성과 손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품질, 서비스,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럽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모든 라인업에 걸쳐 유럽 맞춤형 제품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동화 역량을 높이는 전략 추진도 병행한다. 이를 위해 유럽에서 인기인 투싼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경쟁력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기차 판매 공백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체코공장에서 생산 중인 2세대 코나 일렉트릭과 한국에서 수출하는 현대차 아이오닉5를 비롯해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을 주축으로 전기차 리더십 회복도 노린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2세대 코나 일렉트릭과 함께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턴어라운드를 이끌 전략 차종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는 EV6 상품성 개선 모델을 선보이고, EV9을 경제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트림을 추가하기로 했다.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EV3는 해외에서는 최초로 유럽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연구·개발(R&D) 글로벌 핵심 허브 중 하나인 유럽기술연구소(HMETC)의 인프라 확충 작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프리미엄 및 고성능 모델 개발, 유럽 권역 내 친환경 모빌리티 개발 거점으로 유럽기술연구소 역할을 제고하기로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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