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은 예전에도 지금도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를 격무에 시달리게 한다. “죄 짓고 살지 말라”며 범죄자들을 혼내는 서도철이지만 가정에선 늘 아내에게 혼이 난다. 고등학생이 되자 집에선 방문을 닫고 나가선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들 때문에 고민도 깊어졌다.
영화 ‘베테랑2’를 통해 오랜만에 서도철로 돌아온 배우 황정민을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황정민은 “후속편이 나오는 데 너무 오래 걸리면 관객들이 기다리다 김이 빠질까봐 빨리 ‘베테랑2’가 만들어지길 기다렸다”며 “돌이켜보면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1편이 사랑을 받아 2편을 만들고 개봉하게 된 것만 해도 어디냐’는 생각이 든다”는 소회를 밝혔다.
‘베테랑’(2015)에서 안하무인의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시원하게 때려 잡은 서도철은 여전히 ‘나쁜 놈들’을 소탕하며 살아간다.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에서 직접 범죄자를 심판하겠다며 나타난 연쇄살인범 ‘해치’ 때문에 서 형사의 팀은 골치 아픈 임무를 떠맡는다.
황정민은 “이번 영화는 전편보다 복잡한 이야기다. 9년 사이 변화한 사회의 모습을 담아냈다”며 “2편은 1편과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각각의 작품이 가진 장점을 관객들이 발견하고 파헤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직장에서,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감당하느라 이리저리 치이는 서도철의 모습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연쇄살인범을 잡으러 다니던 서도철이 여러 번 내뱉는 “아, 힘들어”라는 대사는 웃픈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촬영 현장이 힘들어서 진심으로 나온 대사이기도 하다. 겨울에 액션 장면을 찍어서 추웠다”며 웃었다.
황정민은 “서도철의 마음이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베테랑’ 당시 영화 속에서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이번 영화에선 고등학교 2학년인데, 실제 아들도 나이가 같다”며 “아버지로서, 직업인으로서, 남편으로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럼에도 ‘황정민은 늙었지만 서도철은 늙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서도철이란 캐릭터에 대한 황정민의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베테랑’이란 작품이 내겐 ‘안 좋은 시기’를 잘 넘기게 해준 고마운 영화다. 작품이 흥행이 안 돼서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니 즐겁게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한 영화”라며 “공교롭게도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그 때의 좋은 감정이 계속 남아있는 것 같다. 서도철은 9년 간 늘 내 마음 한 켠에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도철이 자신으로 인해 위험에 빠졌던 아들에게 “내 생각이 짧았다”며 사과하는 대목을 황정민은 가장 마음에 남는 대사로 꼽았다. 그는 “옛날 사람들, 우리 아버지들이 살아온 방식을 서도철이 가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라며 “아이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어른은 근사한 어른이다. 그게 서도철”이라고 말했다.
연기 인생 30년을 훌쩍 넘긴 황정민은 요즘 박근형, 신구, 이순재 등 대선배들을 볼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정동환 선생님 연극 ‘햄릿’을 보고 참 존경스러웠다. 그렇게 에너지를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선배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 나중에 후배들이 와서 넙죽넙죽 절할 수 있는 노배우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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