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갈등과 파업이 겹친 조선대병원 등 광주권 상급병원 응급실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공의 집단휴업과 사직이 20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쉴 새 없이 근무해온 응급실 의료진이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4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다른 진료과 전문의를 지원받아 응급실을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의정갈등 장기화 속에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병원 노조 파업까지 더해져 응급실 인력이 더 부족해진 데 따른 임시방편이다.
이 병원 응급실은 의정갈등 이후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간 뒤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이 응급환자를 도맡고 있다. 이들은 전공의들이 올 초 의료현장을 떠난 지 188일째가 되도록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주·야간 근무를 번갈아 맡고 있다.
병원 측은 피로가 누적된 이들의 주 1회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내과와 외과 등 다른 진료과 전문의를 매주 수요일 응급실에 대체 투입해 응급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기존 20개 병동에서 6개 병동을 폐쇄한 데 이어 입원환자가 적은 2개 병동을 추가 폐쇄해 가중된 의료업무에 지친 전체 의료진 일손을 줄여주기로 했다.
응급실 전담 전문의들은 “인력확충을 위해 하반기 전공의 추가채용을 했으나 지원자가 고작 1명뿐이라는 소식에 더 맥이 풀린다”며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를 돌보느라 체력적 정신적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됐다”고 하소연이다.
6일째에 접어든 노조 파업도 걸림돌이다. 병원 노사는 2.5% 임금인상 소급적용 여부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2일 오후부터 계속된 밤샘 교섭에도 파업 빗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전남지방노동위(지노위) 주관 사후 조정에 따라 정회·속개를 반복하며 20시간 가까운 교섭을 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 파업 직후 병원 측은 비조합원 비상근무 등으로 의료차질을 막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의료공백이 불가피하다.
전문의 13명이 근무 중인 전남대병원 응급실도 2명이 돌아가면서 야간당직을 맡고 있으나 가중된 업무로 어려움이 누적되는 상황이다.
전남대병원은 아직 야간 또는 주말 응급실 운영중단, 응급환자의 진료 제한 등 비상조치나 대체 의료진 투입 등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의정갈등 여파로 정상적 응급실 운영이 지장을 받게 되면서 다른 병원처럼 평소보다 의료사고 등의 개연성이 커졌다는 여론이다.
환자가 집중되는 추석 연휴 등에 언제든 응급실에서 혹시 모를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인력 대체 등 응급 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의료진이 의정갈등과 파업의 이중고를 언제까지 버텨줄지 염려된다”며 “병동 통합 등 유기적 대처에도 한계가 있어 몹시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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