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광주전남 노동시민단체에 따르면, 전남 장성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다 지난 13일 숨진 27살 A씨는 땀에 젖어 학교 화단에 쓰러진 채 방치됐다고 한다. 유족과 단체들은 “회사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A씨를 정신질환자 취급하면서 햇볕 아래 방치하다 쓰러진지 1시간만에야 119에 신고했다”면서 당시 회사가 가족에게 보낸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A씨는 학교 내 화단의 나무 사이에 누워 있었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던 팀장이 이 사진을 찍어 오후 5시10분쯤 회사 인사담당자를 통해 A씨 가족에게 연락했다. 회사는 “A씨가 평소 정신질환이 있었느냐. 위치를 알려줄 테니 애를 데려가라”고 가족에게 요청했다. 팀장은 A씨가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5시30분쯤 가족에게 직접 연락해 “119에 신고해도 되느냐”고 물은 뒤 가족의 재촉을 받고 긴급구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A씨는 에어컨 설치 업체에 고용돼 전날 처음 출근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한 A씨는 사고 당일에도 오전 7시45분쯤 사무실로 출근해 동료와 함께 작업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장선군 기온은 최고 34.4도를 기록했다. 유족과 담당 노무사가 경찰에서 학교 내 폐쇄회로화면(CCTV)을 확인한 결과, A씨는 4시40분쯤 급식실 박으로 나와 구토했다. 작업현장으로 복귀했다가 다시 나와 구토한 뒤 화단에 쓰러졌다.
19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유족과 광주전남 노동시민단체들은 진상규명과 대책을 촉구했다. A씨 어머니는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아들을 회사가 정신질환자 취급하며 햇볕 아래 방치하다 쓰러진 지 1시간 만에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박영민 노무사는 “현장에 있서도 온열질환에 대한 교육이나 대책이 없었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가 하루빨리 사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사 측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필요한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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