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규모가 커질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2014년 9월, 네이버 밴드에는 ‘나눔책방’이라는 이색 커뮤니티가 생겼는데 당시 이 책방의 멤버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남연회 관악지방 소속 목회자 약 20명이었다. 하지만 책방의 규모는 갈수록 커졌고 이제는 전국 감리교회 목회자들이 모인 대규모 독서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현재 나눔책방은 기감 11개 연회에 모두 운영 중이며 회원은 3000명이 넘는다. 기감 교역자가 1만1000여명 수준이니 한국 감리교회 목사나 전도사 3~4명 중 1명이 나눔책방의 회원인 셈이다. 어떻게 이 책방은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책방의 설립자라고 할 수 있는 이는 최효석(서울 무지개언약교회) 목사다. 23일 서울 관악구 교회에서 만난 최 목사는 책방의 설립 취지부터 들려줬다. 젊은 목회자가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는 것, 목회자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으면 그만큼 교회의 ‘실력’이 커질 것이라고 믿었다는 게 나눔책방을 만든 이유였다. 최 목사는 “나눔책방을 통해 감리교회 목회자들 사이에 새로운 차원의 ‘관계’가 만들어졌다”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같은 연회, 같은 지방에 속한 목회자여도 교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나 나이 등이 ‘관계의 벽’이 되곤 하죠. 하지만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때로는 책 선물을 통해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많은 목회자 사이에 그 벽이 허물어졌어요.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엔 매년 오프라인 모임도 하곤 했어요.”
책방의 운영 시스템은 단순하다. 매달 초 각 연회에서 책방 운영을 책임지는 ‘책방지기’는 네이버 밴드에 추천 도서 리스트(10~20종)를 올린다. 회원들은 이 리스트에서 읽고 싶은 도서를 신청하고, 책방지기는 무료로 책을 보내준다. 필요한 재정은 후원자로 나서는 동료 목회자나 연회 평신도 기관 등이 감당한다. 종이책을 받아보기 힘든 해외 선교사에게는 전자책을 선물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나눔책방에서 매년 공유되는 책은 5000~7000권에 달한다. 올해 설립 10주년이 됐으니 그간 이 책방을 매개로 목회자 사이에 오간 도서가 5만권을 웃돌 것이란 계산도 가능하다.

책방지기들이 선정하는 도서는 목회자들에게 묵직한 숙제를 안기는 책일 때가 많다. 가령 서울남연회가 지난달 선정한 도서 중 하나는 노인 치매 문제를 다룬 존 던롭의 ‘은혜의 눈으로 치매 환자 대하기’(새물결플러스)였다. 최 목사는 “치매 노인 문제는 한국교회가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제”라며 “사회적 이슈, 기독교 절기 등을 감안해 책을 선정한다”고 소개했다. 매주 국민일보 금요일자에 실리는 신간 소개 지면인 ‘책과 영성’도 참고한다고 한다.
설립 10주년을 맞아 오는 9월에는 오프라인 모임도 계획하고 있다. 최 목사는 “10주년 행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출판사들이 참여하는 ‘북 페어’, 독서와 관련된 강연 등이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눔책방은 지난 4월 서울남연회 인준 기관이 됐는데, 언젠가는 총회 인준 기관이 됐으면 해요. 그렇게 된다면 지금 책방지기들이 은퇴한 뒤에도 책방이 지속 가능한 형태를 갖출 수 있을 테니까요. 목회자들이 은퇴하면서 엄청난 양의 도서를 처분하느라 애를 먹곤 하는데 나눔책방을 통해 선배들의 책이 폐기되지 않고 후배 목회자에게 대물림되는 그런 시스템도 갖추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