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 땅속에 마약을 파묻는 신종 전달 수법으로 국내에 마약을 유통시킨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국제택배로 마약을 들여온 후 CCTV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도심에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야산에 묻어 유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 A씨 등 일당 46명을 검거하고 이중 12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11월 5일부터 12월 23일까지 총 4회에 걸쳐 국제택배로 배송시킨 공기청정기 필터에 시가 586억원 상당의 필로폰 17.6㎏을 숨겨 밀수입했다. 밀수입 총책인 A씨는 교도소에서 알게 된 국내 수령책 C씨를 미리 포섭한 후 배송지, 수취인 이름, 전화번호를 국내 총책인 B씨에게 전달했다.
피의자들은 수사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새로운 전달 방식을 택했다. 도심 주택가에서 골목길 실외기나 아파트 우편함 등을 이용하던 기존 던지기 수법이 자주 검거되자, 이번에 검거된 중간 유통책 D씨는 주택가 CCTV 감시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로폰을 플라스틱 통 21개에 100g씩 나눠 담아 야산 땅속에 파묻어 하위 유통책에게 전달했다.
D씨가 야산에 숨긴 마약은 하위 유통책인 ‘드랍퍼’에 의해 국내에 유통됐다. 총 8명의 드랍퍼는 작년 10월 17일부터 올해 5월 30일까지 수도권 일대에 26명의 매수·투약자들에게 필로폰을 판매했다.
이들은 또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피의자들은 서로 대화가 끝나면 즉시 SNS 대화 내용을 삭제했다. 또 상선으로부터 받은 수고비는 가상자산으로 전송받아 현금으로 환전하거나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인터넷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C씨의 주거지에서 필로폰 약 2.1㎏, 천안시 주택가 골목에 배달되어 있던 국제택배 속 필로폰 약 5.1㎏, 야산 땅 속 플라스틱 통에 담긴 필로폰 1㎏ 등 총 8.6㎏의 필로폰을 압수했다. 이는 시가 286억원 상당으로 약 28만6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해외 체류 중인 A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할 예정이다. B씨에 대해서는 범죄로 얻은 부당이득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B씨 소유의 자동차 및 임대보증금 1467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또 B씨에게 휴대전화를 개통시켜준 피의자 3명도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마약 범죄는 전문 수사인력이 상시 단속하고 있어 반드시 경찰의 수사망에 포착·검거될 수밖에 없다”며 “마약류 집중단속과 연계해 밀수입 및 대규모 유통 사범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는 특별단속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약류 유통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의심되는 사례는 수사기관에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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