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기독교인 ‘자유’ 지켰단 이유로 학살”

진실화해위 조사 주도한 박명수 교수
“당시 기독교인은 대한민국 자유를 지키는 중요한 세력”

입력 : 2024-04-17 15:33/수정 : 2024-04-17 16:04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전북 정읍시 소성면 두암교회를 방문해 순교기념탑을 살펴보고 있다. 국민일보 DB


한국전쟁 당시 적대세력이 전북지역 기독교인을 학살한 것은 당시 기독교인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는 1950년 7∼11월 전북 군산·김제·정읍 등 8개 지역 24개 교회에서 기독교인 104명이 지방 좌익과 북한군 등에 의해 살해됐다고 17일 밝혔다. 역사신학자들은 이 결과를 당시 기독교인이 사상과 신앙의 자유를 위해 싸운 증거로 보고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기독교인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는 중요한 세력이기에 숙청대상이었다. 이런 사실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번 조사결과로 인해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은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만 보상 대상이었으나 적대세력에 의한 피해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는 것도 큰 의미로 분석했다.

함께 조사에 나섰던 장금현 서울신대 교수도 “당시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이들 중에는 공산주의에 긍정적이지 않았던 이들과 종교 통제에 불만을 품었던 이들이 많았다. 좌익과 북한군들 입장에선 이들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장 교수는 피해자 개인 차원으로 보상받기가 어려운 만큼 순교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도 촉구했다. 그는 “사상과 신앙의 자유를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던 이들이 발굴된 것이 다행스럽다. 이 역사적 사실이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며 “한국교회, 특히 연합기관 차원에서 이 순교자들을 기리고 순교 정신을 이어가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에 대해 해당 교회들도 반가움을 표했다. 진실화해위에 학살 당시 상황을 증언한 홍순길(91) 김제 원당교회 원로장로는 “내가 17살 때였다. 먼 친척을 비롯해 학생이나 여선생 등 젊은 기독교인들이 많이 희생됐다”며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지금이라도 진실이 밝혀지고 이분들의 억울함을 풀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철희 김제 만경교회 목사는 “우리 교회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15명의 순교자가 발생했다”며 “소속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서는 이미 2018년 우리 교회가 순교사적지로 지정됐다. 이번에 국가적으로 재확인이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경교회는 현재 이 순교자들을 기리는 순교기념관을 건립 중이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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