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투표장] 동작을 주민에게 물었다…“누가 당선될까요?”

이른 아침부터 투표 행렬
“지역 현안 밝은 나경원” vs “자기 목소리 내는 류삼영”

입력 : 2024-04-10 11:40/수정 : 2024-04-10 13:19
4·10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은 4선 관록의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와 정치 신인인 더불어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맞붙는 서울 동작을이다. 한강벨트 정중앙에 있는 동작을은 승부처인 서울의 판세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불린다.

선거 당일 오전 6시 ‘상도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 아침 일찍부터 ‘한 표’를 행사하고 투표소 밖으로 나온 시민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동작구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투표 개시 시간인 6시 이전부터 많은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김민경 인턴기자

“당연히 나경원. 민주당 후보는 처음 보는 얼굴이던데?”

나경원 후보의 지역구 탈환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은 나 후보의 ‘탄탄한 지역기반’을 높게 평가했다.

동작 지역에 20년 넘게 거주 중인 우붕희(68)씨는 “나경원 의원이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어 민생을 돌보려 한다”며 “숭실대역 에스컬레이터 설치한 것도 나경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60대 박모씨도 “동작구 곳곳을 돌며 지역 현안에 밝은 후보는 나경원”이라며 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나 후보에게 표를 줬지만, 여당에 ‘쓴소리’를 전한 유권자도 있었다.

이건실(70)씨는 “민주당엔 지금 범죄자만 있지 않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걸 볼 수 없어 나경원을 뽑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당의 ‘소통 능력’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씨는 “예컨대 지금 의정갈등이 있기 전에 국민들과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었어야 했다. 전문가들만 데려와서 논의를 진행하는게 아쉽다”며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상세히 소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당이 제발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말만 조심해도 중간은 갈 텐데…”라고 덧붙였다.

최다희 인턴기자.

“동작이 살기 좋은 동네인가요? 잘 모르겠던데요”

반면 류 후보를 선택했다는 유권자들은 ‘정체된 동작’과 ‘정권심판론’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나 후보의 대표공약은 ‘교육특구 사통팔달’이다. 그러나 과연 학군이 나아질지 의구심을 품는 시민도 있었다.

중고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동작에 6년째 거주 중인 김모(51)씨와 박모(48)씨는 “동작이 살기 좋을 줄 알고 관악에서 이사 왔는데 실망했다”고 했다.

박씨는 “동작에 와보니 학군이 뒤처지고, 청소년 문화센터나 체육센터 같은 시설이 관악구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관악구엔 작은 마을 도서관이라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상도동엔 청소년 문화센터도 없어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 그렇다고 PC방 가라고 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정체된 동작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씨는 또 “류삼영과 나경원의 차이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과 남의 목소리에 깨갱하는 사람’, 그 차이인 것 같다”고 했다.

동작구에 10년째 거주중인 이모(47)씨도 류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신은 지역 현안을 떠나 오로지 ‘정권 심판’을 위해 류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정의당에 ‘작별 인사’하러 왔습니다

여야가 치열하게 맞서는 격전지에서 ‘제3지대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도 있었다. 동작구에 18년째 살고 있는 정모(56)씨는 “이번 총선을 끝으로 녹색정의당이 사라질 것 같아 ‘작별 인사’하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 정당들이 잘했니 못했니를 운운하며 싸울 때,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해온 정의당을 젊은 시절부터 지지해왔다”며 위기에 놓인 진보 정당을 향해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선거는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따르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에게 바라는 점

취재진은 이날 만난 동작구 주민들에게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도 물어봤다.

지난달 대파 한 단 가격이 4000원까지 올랐던 만큼 고물가 시대에서 민생 회복을 바란다는 목소리가 여지없이 등장했다.

박모(69)씨는 민생이 참 어렵다며 운을 뗐다. 그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참 살기 힘든 시기인 것 같다”며 “22대 국회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민생을 좀 더 보살펴 국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정책 구현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앞서 인터뷰에 응했던 김모씨와 박모씨 부부는 “현재 나온 정책은 대부분 영유아와 노년층 위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에 비해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과 40~50세 장년층을 지원하는 정책이 없는 것 같다”며 “이번 총선으로 구성될 22대 국회는 정책 수혜 공백층인 젊은층과 장년층을 위한 지원책을 실현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두 명의 초등생 자녀를 둔 정다운(42세)씨 부부는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이 좀 더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비슷한 연령대의 또래를 보면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은 것 같다”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혜택을 주는 등 지원 정책을 통해 결혼,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협치를 통한 신속한 법안 처리를 기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동작구에 10년 째 살고 있는 조영숙(57)씨는 “22대 국회는 정당끼리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여야 협력을 통한 협치로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신속히 처리하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국회에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며 “일부 사건에 대한 양형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어제 저녁 뉴스에서 한 사건(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피고인이 징역 3년 선고된 것을 봤다”며 “사건의 수위와 피해 정도에 비해 양형이 적게 나온 것 같다. 강력범죄 사건의 양형 기준에 대해 22대 국회가 살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4·10 총선 투표율은 14.4%로 집계됐다. 이는 5~6일 실시된 사전투표는 포함되지 않은 집계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는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중 1385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해 역대 총선 가운데 최고치인 31.28%를 기록했다. 이는 4년 전 치러진 21대 총선(26.69%) 사전투표율 보다 4.59% 포인트 오른 수치다.

최다희 김민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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