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의 공백 시대’ 살림 문화 육성의 시급성

입력 : 2024-02-26 16:48/수정 : 2024-02-26 16:56

‘호복기사(湖腹騎射)’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오랑캐 옷을 입고 말 위에서 활을 쏜다’는 의미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 변화에 맞춰 유언한 발상으로 개혁과 변화를 일궈 낸다는 뜻으로 개혁 없이 발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개혁이란 필요하되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현대인들은 현상 유지만 하자는 마음이 농후하다. 사람들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변혁을 추구한다. 그러나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마땅히 간직되고 발전시켜야 할 문화나 윤리까지 사라지고 퇴폐적 문화가 상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도 옛날에는 어른의 갖추어 할 예법이며 자녀가 지녀 할 예법이 있었다. 그 교화의 기능을 통해 나름대로 질서와 균형을 지탱해줬다. 그러나 현대에는 새로운 예법이 있어 그런 교화와 구실을 맡고 있는지 선뜻 대답하기 궁해진다. 설령 허례허식은 어느 정도 물러갔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대신 무엇이 자리 잡았는지 확인하기가 쉽다.

다시 말하면 오늘 우리 사회는 죽음과 퇴폐 문화가 활개를 치고 무례함이 자리 잡고 있다. 가히 ‘예의 공백 시대’라 할 만하다. 전보다 부부가 더욱 평등해졌으며 부자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다. 사회적으로 사람들의 신분 상승이 이뤄진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나 까다로운 예제의 구속이 풀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가정과 사회에서 분수와 법도를 추방하고 균형을 깨뜨리게 되었다면 바람직한 변화일까. 버릇없는 자식과 위신 잃은 어버이, 절제 없는 부부…. 저마다 멋대로 행동하며 전후, 좌후를 분간하지 못하고 앞만 향해 질주만 한다면 어떨까.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게 아닌가.

가정과 사회에서 예절이 문란해진 데서 비롯된 일들은 말할 수 없는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부모와 형제, 이웃과 친구 사이, 상하관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사회 질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하기조차 난감하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예의란 거추장스러운 짐 마냥 취급하기 일쑤다. 어제까지 공손하던 사람이 느닷없이 방자해진 경우나 어제까지 화목하던 관계가 갑자기 깨지고 난장판이 된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현실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예의 정신은 공경이라는 정신에서 유지됐는데 그 정신이 메말라 가고 있으니 예의범절 또한 기대하기란 어렵다. 우리 사회는 인간의 육체적 만족만 찾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으며 아름다운 인간 사회를 위해 공부하고 봉사하며 헌신하는 사람을 키우는 게 아니라 지식과 기술, 밥 벌어먹는 기능만 키워주는 교육이 심화하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문학·음악·미술 등 예술 활동이 사람의 육체적 만족과 말초 신경에 더 만족을 주고받는 일로 빠져들고 있다.

성도덕이 무너지고 가정 윤리는 몰락되며 각종 폭력과 중독이 난무한 시대다.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대로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으리만큼 병들어가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이제 우리 인류 사회를 살리자는 뜨거운 사명감에서 인간화 운동을 전개해 나갈 때라고 믿는다. 사람을 사람답게 인간을 인격으로 선도하고 삶을 지탱하기 버거운 이들을 치유해 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돌아오는 총선에서는 이런 면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판단하고 후보를 선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선규 서울연합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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