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 이민을 떠난 일본인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비율이 62%로 높았는데, 일본 사회의 장기적인 경제난과 개선되지 않는 성차별적 현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신문은 2023년 일본 외무성 통계를 인용,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이 57만4727명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보도했다. 이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은 최근 20년간 계속 증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해외에서 3개월 이상 머문 장기체류자 중 일본으로 귀국 의향이 있는 영주권자도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이 가장 많이 이주한 지역은 북미(48.7%)였다. 서유럽(16.9%), 호주를 포함한 대양주(13.6%)가 뒤를 이었다.
신문은 일본에서 해외 이민이 늘어난 배경에 사회보장 개혁과 성평등 문제가 진전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장기적 불안감’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호주 멜버른대에서 진행한 이민자 인터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장기적인 경제 불안을 이유로 꼽았다. 또 의료,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공통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문은 특히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의 62%가 여성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오오이시 나나 멜버른대 사회학과 부교수는 “해외에서 국제결혼한 일본인의 70%가 여성”이라며 “해외가 여성에 대한 제약이 적고 더 나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주하는 독신 여성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문은 일본의 해외 이민 증가세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해외 이민은 주재원 등을 통한 영주권 취득이 용이했기 때문인데, 최근 일본 기업들이 주재원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서다. 또 엔화 약세로 인해 해외에서 생활비가 비싸진 측면도 있다.
사사이 사토시 후쿠이현립대 인구학 교수는 “유학이나 기업 주재 등으로 일본인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해외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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