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범이 불법 광고를 올리는 것을 알고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 대표 A씨(42)가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이 전세사기와 관련해 부동산 플랫폼을 수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Z부동산 중개플랫폼 대표 A씨를 부작위에 의한 사기 방조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 방조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중개플랫폼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임대인이나 부동산 컨설팅업자가 광고를 게시해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주택 광고를 올리는 것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다.
경찰에 따르면 Z플랫폼에는 수도권에서 주택 1139채의 전세사기를 벌인 ‘빌라왕’ 김모(사망 당시 42세)씨와 인천 지역에서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건축왕’ B씨(61)의 주택을 비롯해 8772건의 불법 광고가 게시됐다.
특히 A씨는 8772건의 주택 광고 중 16건의 주택이 전세사기에 연루된 것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들로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임차보증금)은 총 30억4000만원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2019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인천·경기 등지에서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를 벌여 임차인 70명으로부터 전세금 144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는 최모(35)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Z플랫폼의 혐의를 포착했다. 최씨를 대리해 주택을 관리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정모(33)씨가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Z플랫폼에 광고를 게시한 것을 확인한 경찰은 올해 3월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씨 외에도 Z플랫폼에 광고를 게시한 피의자 113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올해 5월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임차인의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된 추가 공범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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