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최종 검증보고서 발표를 하루 앞둔 3일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았다. 국민의힘은 2008년 ‘광우병 시위’ 선봉에 섰던 민경우 대안연대 공동대표의 강연을 들으며 오염수 논란이 ‘괴담·선동’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IAEA가 ‘정치적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민 대표의 강연을 청취했다.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야당의 주장을 ‘광우병 괴담’에 비유하면서 역공을 펼치겠다는 의도였다.
민 대표는 “당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투쟁의 핵심은 이명박 퇴진”이라며 “선거 불복, 이것이 바로 광우병 논란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흐르는 정서”라고 말했다. 이어 “광우병 시위는 ‘이명박 퇴진’을 위한 수단이었고, 지금의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도 그럴 것”이라며 “1년 후에는 ‘윤석열 퇴진’만 남는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또 “(민주당 입장에서는) 광우병에서 괴담이 한번 먹힌 것 아니겠나. 한두 달은 서울을 무정부 상태로 몰 수 있다는 학습 효과가 있다”며 “괴담 정치가 일상화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오염수 논란으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어민과 상인을 위한 ‘수산물 먹기 운동’을 이어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위원들은 이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과방위원장인 장제원 의원은 “IAEA 검증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국민에게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장을 꼭 만들겠다”며 상인들을 위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발 제2의 광우병 괴담 정치로 국민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달콤한 괴담 마약에 중독된 민주당은 선동적인 언어로 먹거리 공포의 주술을 외며 국민 불안과 사회 갈등을 키움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꾀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민주당은 IAEA의 검증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IAEA 최종보고서는) 객관적 보고서이기보다는 일본 맞춤형 보고서일 우려가 크고, 과학적 보고서이기보다는 정치적 보고서일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인가 일본의힘인가”라며 “국민의힘은 우스꽝스러운 바닷물 퍼마시기 같은 유치한 언행을 중단하고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를 반대했던 2021년 규탄 결의문 정신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IAEA 최종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언제든 의원총회와 상임위를 개최할 수 있도록 당분간 공무 외 국외 출장을 자제해 달라”고 공지했다. 민주당은 5선의 안민석 의원을 중심으로 ‘일본 원정 투쟁’에도 나설 계획이다.
박민지 이동환 박성영 기자 pm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