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 시행 중인 한국의 유류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세 번째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에서도 유가 안정 국면이 이어지며 세수난에 시달리는 정부가 다음 ‘감면 중단’ 대상으로 유류세 인하를 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고급휘발유 리터당 유류세 부담은 767.1원으로 OECD 소속 조사대상 22개 국가 중 캐나다(518.1원), 일본(678.8원)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같은 기간 경유의 리터당 유류세는 469.5원으로 뉴질랜드(248.8원), 일본(441.5원), 캐나다(445.0원)에 이어 23개국 중 네 번째로 낮았다. 전체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같은 달 한국의 고급휘발유 세후 가격은 리터당 1899.2원으로 일본,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경유는 리터당 1472.8원으로 조사 대상 23개국 중 일본(1435.1원)에 이어 두 번째로 저렴했다.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의 대규모 세제 지원이 다소 극단적인 결과를 낳은 셈이다. 한국은 국제 유가가 요동치기 시작한 2021년 11월부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4차례나 연장해왔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며 두바이유 가격이 한때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올랐던 여파다. 현행 인하 조치는 휘발유에 25%의 인하율을 적용한다. 경유에는 여전히 37%의 높은 인하율이 적용된다.
오는 8월이면 다시 일몰 기한이 도래하지만 연장이 결정됐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안정된 유가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연초 불거졌던 감산 우려를 일축하듯 이달 들어 배럴당 70달러대 초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 기름값도 안정을 찾는 추세다.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판매가는 리터당 1398.9원이었다. 경유 평균판매가가 1400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2021년 6월 30일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는 올해 세수 상황도 변수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로 줄어든 세수는 5조5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올해 국세 수입은 4월까지 전년 대비 33조9000억원 줄어들었다. 관가에서는 이달 초 종료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세수 확충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다음번 ‘세제 정상화’의 타깃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발표한 6월 세계경제전망에서 OECD는 “유류세 인하보다 취약계층을 더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권한다”고 한국에 조언했다.지난해 9월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서는 “유류세 인하 정책은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고 에너지 과소비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도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별도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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