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과속으로 불법 직진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어린이 2명을 치는 사고를 내고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풀려났다.
8일 온라인에서 이목을 끈 사건은 지난 4일 방송된 JTBC ‘한블리-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서 다뤄졌다. 사고는 1년3개월 전 발생했는데, 당시 미성년자인 오토바이 운전자 A군은 보행자 신호가 27초나 남은 상황에 신호를 무시한 채 좌회전 차로에서 시속 55~59㎞의 빠른 속도로 불법 직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이 2명을 덮쳤다.
사고 이후 절뚝거리며 일어났던 어린이는 전치 8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어린이는 전치 12주의 진단을 각각 받았다. 특히 12주 진단을 받은 아이는 심각한 두개골 함몰 골절을 당해 긴급수술을 받았으며, 충격으로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치 12주의 피해 아이 어머니는 “다친 애들이 두 명이나 있는데 (피의자가) 다른 라이더들과 웃으며 떠들고 있더라”며 “‘배달하다 재수 없었네’라는 식으로 가볍게 얘기하며 자기 잘못에 대한 뉘우침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가해자가 미성년자인데 사고를 낸 지 한 달도 채 안 돼 또 다른 교통사고를 냈다고 들었다”면서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연속으로 사고를 내고도 자유롭게 다니는 걸 보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해자 아버지와 전화했는데 ‘배달업체 사장님이 다 책임지실 것’이라고 하더라”며 “사고를 낸 건 그분의 아들인데, 직접적으로 찾아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가해자 A군은 다른 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아이는 6개월마다 CT를 찍으며 뇌 상태를 살펴보고 있으며, 불안 증세로 약물 및 놀이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 아이의 어머니는 “몇 달 전에는 아이가 ‘눈이 안 보여. 세상이 하얗게 보여’라고 말하더라”면서 “CT를 찍었는데 일시적으로 시력이 안 보이는 증상이었다. 너무 놀랐다. 모든 게 무너져내렸다”며 울먹였다.
그는 “아이가 이제는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긴장한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도 오토바이가 됐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파란불에 건너는 데도 아이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그 길을 건너겠냐”라며 피의자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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