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을 부실 수사해 징계를 받았던 경찰관들이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지난달 28일 이모 당시 양천경찰서장 등 경찰 5명이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인양은 지난 2020년 6~10월 양모 장모씨의 학대를 받다가 사망했다. 가혹한 학대 사실이 알려져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양모 장씨는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징역 35년을 확정받았다.
이 전 서장은 지난 2020년 초 정인 양과 관련해 세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는데 수사 지휘를 하거나 진행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음 해 2월 견책 처분을 받았다.
당시 여성청소년과장이었던 정모씨와 여청수사팀장 김모씨 등 4명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경찰의 실수와 관리·감독의 소홀함이 피해 아동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은 피해 아동 신고가 2차례 접수됐는 데도 중요 사건 여부 판단을 실무자에게 미뤘고, 중요 사건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력 사건에 준하는 수사지휘를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의료기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단순 의심 사례라도 반드시 내·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아동학대 수사와 학대예방경찰관(APO)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음에도 수사 필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잘못된 업무처리를 시정하지도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른 경찰들에 대해서도 “학대 정황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별도의 내·수사 절차를 밟아 피해 아동의 안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었다”며 “양부모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더라도 어린이집 원장 또는 의사 등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4개월간 세 차례나 제기됐는데, 3차 신고에서 양부모의 진술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의견만 믿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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