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이삿짐센터 직원들도 아니고….”
육군 부대에서 복무 중인 부사관들이 새로 취임하는 사단장 공관 청소에 불려가 가구 배치와 냉장고 내부 정리 등 잡일을 지시받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해당 부대는 기존 부대에서 사용하던 부대물품을 이전한 것이라며 규정에 따른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는 반박 입장을 냈다.
3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이삿짐센터 부사관들’이라는 제목의 제보가 올라왔다.
모 사단 직할 대대에 복무 중인 간부들이라고 밝힌 제보자 A씨는 “2022년에 아직도 이런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또 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과 자괴감을 느꼈다”며 제보 배경을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 일과시간 중 ‘중대별로 입이 무거운 간부들을 한두 명씩 선정해 작업을 간다’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에 따라 대대에서 부사관 5명이 선정돼 사단장 공관으로 이동했다.
A씨는 “도착한 공관은 가구 가전 등이 정신없이 어지럽혀 있었다”며 “현장에서 통제하는 소령이 오늘 새로 취임하는 사단장이 온다며 대대 간부들에게 가구 배치 및 청소 심지어 냉장고 내부 청소까지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희가 이삿짐센터 직원도 아니고, 직업군인이 일과시간에 이런 지시를 받았다”며 “그것도 1980년대도 아닌 2022년도에”라고 했다.
A씨는 “공관병이 없어지니까 이제는 이런 잡일도 간부들이 해야 하냐. 하급자라는 이유로 이런 부당한 지시도 상명하복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런 제보 하나로 군이라는 집단이 당장 크게 변화되지 않을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들이 당연해지는 건 더욱 싫다”며 “앞으로 할 군 생활이 있기에 제보를 결정하기까지 힘들었지만 10~20년 뒤 후배 군인들이 자괴감이 아닌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제보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먼저 이번 일로 불편함을 겪었을 간부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지휘관 관사에서 이전 및 정비한 물품은 지휘관 개인물품이 아니다”며 “새로 취임하는 지휘관이 개인물품을 갖고 올 예정임에 따라 기존 부대에서 사용하던 부대물품을 다른 장소로 옮길 필요가 발생했고, 이에 보관 및 관리 차원에서 부대물품에 대해 이전 및 필요한 정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사 시설 및 비품 관리 관련 규정에도 지휘관 관사의 관리·정비는 본부대의 임무로 명시돼 있으며, 다만 이번 경우에는 본부대가 당일 오전부터 위병소에서 상황 조치 관련 점검을 받는 중이어서 불가피하게 타 부대의 간부를 추가 지원받아 1시간가량 정비했다”며 “앞으로도 관사 관리 및 운영 간 관련 규정에 따라 운용되도록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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