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받고 싶지 않은 선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0시를 기해 경남 창원교도소에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26일 창원교도소에 재수감된 지 521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는 김 전 지사를 ‘복권 없는 사면’으로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했다.
앞서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실형이 선고된 1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유죄 확정으로 창원교도소에 재수감됐다.

이날 김 전 지사는 짙은 푸른색 계열 양복을 입은 채 교도소 밖으로 나왔다. 그는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왔다”고 앞서 ‘가석방 불원서’에서 밝혔듯 원치 않는 사면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며 “원치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 결론적으로 보낸 쪽이나 받은 쪽이나 지켜보는 쪽이나 모두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통합은 우격다짐이나 일방통행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국민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갈등을 조정, 완화하고 대화,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몇 년간 저로 인해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닌지 돌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곳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을 돌아봤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가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 걸음이 되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출소 소감을 마무리했다.
김 전 지사는 “질의응답은 다음 기회에 차분하게 합시다”고 말한 후 곧바로 차를 타고 창원교도소를 떠났다.

이날 창원교도소 앞에는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민홍철·김정호 국회의원, 허성무 전 창원시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1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김 전 지사가 출소하기 2시간 전부터 기다리면서 “김경수는 무죄다”라고 외쳤다.

임 전 실장은 “이번 사면은 김경수 지사의 인격과 순정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정호 의원은 “더 단단하게 담금질돼 나온 김경수와 함께 나아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 5월 형기 만료를 앞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복권 없이 사면했다. 잔여 형만 면제된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 28일까지 피선거권이 없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출소 후 첫 일정으로 28일 오전 10시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제1부속실 행정관을 거쳐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해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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